▲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흔히들 말하기를 개천에서 용이 나고 전쟁에서 영웅이 탄생한다고 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힘들게 열심히 공부해서 출세(성공)한 사람을 일컬어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 하고 국가와 국가 간의 큰 전쟁에서 패하고 승리하는 과정에서 영웅이 나타난다는 말들은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말이다.

허나 요즘은 많이 바뀐 것 같다. 세계적인 전쟁으로 제1차 세계대전과 2차 대전이 끝나고 냉전시대와 이데올로기의 이념대립이 끝난 상태에서 전쟁의 영웅은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IS의 테러전문집단과 같이 민족적 종교분쟁 등으로 중동에서 전쟁을 하고 있지만 영웅이 탄생할만한 국가 간 전쟁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한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부모로부터 생명을 얻어 태어난다. 어려서 배우고 유년기를 지나 30세 이전에 배움을 끝내고 일을 한다. 즉 한 인간으로서의 사회생활을 하다가 60세 전후에 직장에서 물러나(자영업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안정의 노후를 30여 년 간 보내다가 대개는 90세 전후에 세상을 뜬다.

이것이 인생의 한 과정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생·노·병·사의 많은 과정을 밟게 된다. 그렇다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삶의 기준과 가치관을 어디에 두고 살아야 보람 있는 삶을 살까 하는 철학적 문제가 뒤따르게 된다. 우리나라 5천만여 명의 인구는 모두가 각자의 개성에 따라 수많은 직업에 종사하면서 개인적인 사업이나 집단 혹은 단체적인 소속에서 나름대로의 생을 이끌고 있다.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유년시절 어렵잖게 공부하고 좋은 대학 또는 유학을 한 후 역시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해 잘나가는 자가 있는가 하면 전문직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보람을 찾는 자도 있다. 또한 부모 잘 만나서 특별한 노력도 없이 재산을 상속 받아 재벌의 대를 잇는 복 받은 2~3세대들도 있다. 어쨌든 세상살이의 모습은 천태만상이다.

청년실업률이 높다고 한다. 한창 일 할 나이에 일자리가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농촌은 구인걱정이 태산 같다. 특히 농촌에서는 영농기에 일손이 부족해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다 쓴다. 지방의 중소기업도 구인난에 허덕인다. 고급 일자리는 하늘의 별따기고 3D업종 일자리는 사람의 기피로 인력이 없다. 반대로 공무원(행정 경찰 공기업 교육) 계통은 취업하기가 힘들다. 환경미화원 채용에 비율이 몇십대다. 물론 학력 또한 만만치 않아 거의가 대학 졸업자이고 대학원 졸업자 또는 대기업 퇴직자도 응시한다.

9급 공무원의 초봉월급은 약 120만 원 정도다. 물론 4대보험 들고 연 몇백%의 상여금도 있다. 하지만 이 보수는 개인 중소기업 초봉보다 훨씬 적다. 그러나 정년이 보장되고 안정적이기에 사람들이 몰린다. 대도시의 요즘 사회적 추세가 달관족이라고 해서 적게 벌어 적게 쓰고 내 생활하면서 즐겁게 살자고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 중에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중견직원으로 있다가 사퇴하고 달관족 생활을 하는데 아주 만족한다고 한다.

전직에서는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밤 10시나 11시에 퇴근하고 업무 강압에 매여 취미생활은커녕 쉴 시간도 없는데 지금의 내 생활이 최고란다. 오전 10시경 출근해서 오후 4시경 퇴근하고 업무의 압박감 없이 주5일을 보내다. 물론 다양한 취미활동도 한다. 보수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20% 수준으로 백만 원도 못 받고 못 번다. 앞으로 최저임금제와 주52시간 근무제가 되면 다르겠지만 현재는 그렇다.

일의 노예가 될 것인가 삶의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는 당사자들의 몫이겠지만 어딘가 좀 찜찜한 데가 있다. 사람은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 그동안 짧게는 12년(초·중·고) 길게는 20년(대학·대학원·유학)을 배우고도 막상 졸업을 하고 나면 마음먹은 대로 취업이 되지 않는다. 우리의 삶의 기준과 가치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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