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 비가 오는 가운데 홍천읍 꽃뫼공원에서 문화가 있는 홍천 민속장 만들기 거리음악회가 열렸다. 홍천고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 단원 50여 명의 젊은 학생들이 뿜어내는 힘찬 관악연주와 소프라노 민은홍, 남성 더보이스의 탁월한 가창력, 아름다운 선율이 민속장을 찾은 주민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공부하는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방과 후 시간을 쪼개서 악기별로 기능을 익히고 점심시간마다 한자리에 모여 협주를 하며 연습을 해왔다. 진로가 음대를 가기 위한 학생들이 아니라 취미와 특기 신장을 위해 동아리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학교 내 행사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을 위해 거리로 나섰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민속장을 대표하는 곳이 정선민속장이다. 교통이 매우 불편한 산간벽지의 오지임에도 외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터가 됐다. 관광버스가 줄을 이어 방문객을 실어 나르기도 한다. 장터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을 보면 농산물과 산나물 등 여타의 다른 장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다른 장터에는 없는 테마가 있는 문화가 있어 차별화된다.

장터에 상설공연장이 마련되어 있고 다양한 형태의 장르를 가진 공연 팀들이 와서 장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문화예술의 감상 시간을 제공하곤 한다. 정선민속장의 문화예술 공연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아리랑 창극이다. 정선군에서 운영하는 창극단의 공연은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홍천읍에도 민속장이 1일과 6일에 운영된다. 군 단위 지역의 민속장 치고는 가장 넓은 장터를 보유하고 있다. 수도권과의 접근성면에서도 최고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더 발전하지 못하고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손님을 찾아오게 만들기 보다는 오는 손님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이 지역 출신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필자는 홍천민속장의 활성화에 대해 방관자가 아니라 학교가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자 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장터로 나섰다. 올해가 3년째다. 첫해에는 눈이 내리는 가운데 학생들이 손을 호호 불어가며 악기를 연주해야 했고, 올해는 천막 안에서 비를 피해가며 연주를 하고 출연자가 노래를 불러야 했다.

하지만 안타까움이 더 큰 것은 홍천고학생들의 윈드오케스트라 공연이 음악회 그 자체로 끝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 공연이 줄을 이어야 명실공히 문화가 있는 민속장이 될 수 있다. 마술, 마임, 소그룹의 악기연주, 노래, 학생들의 댄스 등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우리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문화예술 공연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우리 지역에는 제11기계화보병사단의 장병들도 있다. 장병들 중에는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재주를 가진 군인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들을 활용하면 지역과 군이 함께하는 상생의 문화모드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인공지능의 4차 혁명 시대에는 과거의 답습만으로는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 생각을 바꾸고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살아남는다.

월별로 요일별로 장날마다 공연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간과 장소를 사전에 공지하여 지역주민은 물론 외지인들이 문화예술 감상을 위해 홍천민속장을 찾고, 필요한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매년 개최하는 지역축제를 위해 문화재단이 설립 운영되듯이 민속장 활성화를 위한 재단의 설립 운영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문화가 있는 홍천민속장 만들기를 위한 홍천고 학생들의 윈드오케스트라 거리음악회가 홍천민속장의 활성화를 촉진하는데 마중물이 되기를 정말 간절히 기원한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참여하는 학교는 전국에서 홍천고등학교가 유일할 것이라는 자부심을 갖는다. 학교장이 이 지역, 이 학교 출신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세 차례의 음악회를 개최하면서 그동안 관람석을 채워 주신 분들의 구성은 대부분 기관사회단체장들과 학부형들이 주를 이뤘다. 홍천고 윈드오케스트라 음악회는 다른 음악회와는 품격이 다르다. 프로패셔널 하지 않으면서도 격조 높은 음악회다. 다음 음악회 때는 홍천군민 모두의 관심과 관람이 있길 기대해 본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