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운동선수는 키와 몸무게를 빼놓을 수 없는 신체적 조건이다. 특히 농구와 배구는 꺽다리(장신) 선수와 꼬마(단신) 선수들의 묘기를 보는 것도 운동을 즐기는 한 묘미다. 최근 프로 농구협회(KBL)의 김영기(82세) 총재는 농구선수를 뽑는데 단신 186cm이하 장신 200cm이하로 제한한다고 했다. 물론 외국선수에 한한다고는 했지만 말이다.

이는 잘못된 것 같다. 필자야 스포츠 전문가도 아니고 더욱이 배구나 농구 전문 팬도 아니다. 다만 스포츠가 좋아서 TV에서 중계하는 프로를 자주 보는 편이다. 그런데 잘못된 제도는 개선돼야 하고 팬을 등한시(외면)하는 경기는 어떤 경기든 쇠퇴하기 마련이다. 정부에서 육성하지 않는 한 소멸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를 전후해 우리나라에서 프로레슬링은 한때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각종 TV 스포츠 중계로 골든타임 시간에 중계를 했다. 특히 일본에서 주로 활동했던 재일교포 출신 역도산의 인기는 대단했다. 영화로도 나오고 연속극으로도 나왔다.

그런가하면 역도산의 수제자였던 김일은 박치기 왕이란 링명으로 유명했다. 그는 한국은 물론 일본과 세계 챔피언까지 하면서 프로레슬링계를 주름잡았다. 그 후 장영철 천규덕 등이 나와 김일의 뒤를 잇는 듯 했으나 대를 잇지 못하고 쇠퇴의 길을 걷다 지금은 프로레슬링이라는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몰락해 유명무실해졌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역도산이나 김일 같은 대형 선수가 나오지 않았고 프로레슬링계의 내분으로 장영철 선수가 여기에 휩싸여 스스로 “프로레슬링은 쇼다”라고 폭로한데서 부터다. 관중(팬)들은 어차피 진짜든 가짜든 짜여진 각본대로든 재미만 있으면 되는 거지 그 속 내용까지는 알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경기내용이 쇼이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면 사정이 좀 다르다. 스포츠는 흥미가 없으면 끝이다. 역도산의 가라테 수도(태권도의 변형, 당수) 공격과 김일의 박치기는 그 공격 순간만큼은 사실인데도 팬은 쇼라고 실망하고 말았다.

프로씨름도 같다. 1970~80년대의 한국씨름은 그야말로 황금기였다. 김성률 이만기 최욱철 최용만(후에 격투기로 전환) 강호동(개그맨)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씨름계를 이끌었다. 이때에는 이봉걸을 위시해서 키가 2m이상의 선수들이 나와 그 큰 덩치로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며 메치는 장면은 정말 호쾌했다.

물론 프로씨름이나 아마추어 씨름에는 체급이 있다. 제일 가벼운 체급부터 무제한급(백두급)이 있으며 신장제한은 없다. 다만 요즘은 2m 넘는 선수가 나타나지 않을 뿐이고 완전 프로가 없어지고 준프로 즉 각 기관(시군 단체)에서 운영하는 씨름과 순수 아마추어 씨름(생활씨름 학교씨름)으로 이원화돼 있는 것 같다.

운동에 있어서 신장은 절대적이다. 다만 키가 단신인데도 유명한 선수들은 많았고 지금도 많다. 특히 키를 제한한 김영기 농구협회 총재는 70~80년대 기술 농구의 황제로 불렸으며 키가 180 중간쯤 가는 단신의 선수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단신선수의 활약이 대단하다. 세계적 선수로는 역시 신장이 커야 한다. 미국의 프로농구에는 거의가 200cm 이상이고 최고 230cm가 넘는 선수들도 있다. 배구 역시 그렇다. 아직까지 배구는 키 제한 소식은 없으나 앞으로도 없으면 좋겠다.

운동은 체력과 기술과 작전으로 경기를 해야지 신체적 조건(체급별 경기 제외)을 선수 선발에 넣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한 것 같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