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요즘 웬만한 문서를 작성하려면 “동의함” “동의 안함”이란 난에 체크표시를 한다. 이것이 개인정보통신법에 의한 개인의 인적사항을 외부에 알리면 안 되는 법이다. 그런데 이 법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다. 양날의 칼이나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물론 개인의 정보를 제3자에게 알리면 안 된다. 정보는 곧 한사람의 사생활이나 인격 등에 대한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법이 지켜주는 것은 마땅하다. 허나 그것이 너무 지나치면 세상이 삭막하다.

학교 동창이라든가 이웃집에 살던 사람이 다른 도시에 이사를 가서 산다고 하는데 자세한 주소나 거소 등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를 찾으려면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정보통신법이 없을 때는 읍·면사무소나 경찰서 같은 곳에서 전후사정을 말하면 곧잘 찾아줬다. 그래도 개인정보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었다. 요즘은 그럴 엄두도 못 낸다. 정보통신법에 걸리기 때문이다.

수년전 KBS방송국에서 이산가족 찾기 운동을 1개월여에 거쳐 실시한 바 있다. 그 방송으로 인해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상봉했다. 이 행사가 기네스북에 등재된 것은 물론 노벨평화상감이라고 세계가 극찬했다. 그 당시 정보통신법이 있었다면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일률적으로 그 법을 적용해서 무조건 안 된다 할 것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서 친지나 가족 찾기에 도움을 주는 예외규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 몇 년 전 국영방송국에서 옛 스승 찾기 프로그램이 있었고 특정 가족 찾기 방송도 있었다. 지금 같아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이 법이 만들어지고 시행 후 얼마나 좋은 효과를 거뒀는지는 몰라도 사건이 터지는 것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가 보다. 보이스피싱이 그 대표적 예다. 그들은 이미 개인의 웬만한 정보는 다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들뿐만 아니라 대기업이나 큰 회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나의 사생활 정보가 누군가에게 알려진다면 그건 안 된다. 그러나 선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떤 절차를 만들어 개인정보라도 알 수 있는 것은 알려주었으면 한다. 예를 들면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친인척을 찾는다든가 오래된 이웃집 지인을 찾는 것 같은 것이다.

필자의 경우 60여 년 전(중·고등학교 때) 이웃에 살던 학교 후배 겸 지인과 헤어진 지 반백년이 넘었다. 바로 이웃인 관계로 소식이 매우 궁금하던 터에 또 다른 지인의 얘기가 그는 서울로 이사(60년대 초)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이민 간 후 그곳에서 고인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확실치는 않다고 했다. 그의 친동생이 춘천에 살고 그의 아들이 10여 년 전 재미교포 신분으로 원어민 영어교사를 홍천에서 했으며 영어전문학원을 직접 경영하다가 학원을 접고 어디론가 이주했다고 한다.

그의 가족에 대하여 알고 싶으나 알 길이 없다. 개인정보통신법이 없다면 춘천이나 교육지원청에 수소문을 해서 알아볼 수 있는 길을 모색해보겠지만 지금은 말도 꺼내지 말란다. 다만 범죄에 연루가 되어 수사대상이라면 수사기관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허나 그것은 국가의 권력을 집행하는 기관(경찰이나 검찰)의 몫이지 순수 민간인들은 감히 생각도 못한다고 한다.

개인의 정보와 신변은 보장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순수하게 안부나 소식 정도를 알고자 할 때는 그 길은 열어줘야 한다. 이를테면 사람을 찾을 각서를 쓴다든가 안부소식 이외에는 절대로 사용치 않는다든가 하는 보안장치를 철저하게 하고 이 법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개인의 삶의 질과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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