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겨릿소로 전통의 맥을 잇는 밭갈애비들 눈길

홍천겨릿소 밭갈이소리 전승보존회(회장 조성근, 이하 홍천겨릿소보존회)는 3월31일 내촌면 동창마을에서 전덕재(77) 옹의 겨릿소로 전통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올해 처음 보내미를 전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농촌에서도 트랙터와 기계화에 밀려 이미 사라진 옛 모습을 묵묵히 지켜오고 있는 전 옹은 요즘 보기 힘든 옛 마구간에 아직도 코뚜레를 한 소를 키우며 평생 농사를 지어온 전형적인 시골 농부다. 전 옹뿐만 아니라 이부원(76), 조성근(62), 전석준(65) 씨 등 홍천지역 곳곳의 10여 명은 홍천 겨릿소 농경문화를 계승 보존하기 위해 지난해 12월8일 홍천겨릿소보존회 모임을 자발적으로 창립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회원들은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기 전에 겨우내 외양간에서 쉬고있던 소의 건강상태도 점검하고, 밭의 무름이나 해동 상태를 점검하는 보내미로 올해 첫 겨리질과 겨릿소리로 봄을 시작했다. 이날 겨릿소의 첫 보내미는 KBS 6시 내 고향 촬영팀도 산골 마을을 찾아 사라진 풍경을 렌즈에 담느라 분주했다. 안소와 마라소도 첫 겨리질에 숨을 몰아쉬고 밭갈애비도 세월을 비껴갈 수 없어 얼굴에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이랴~ 어서가자. 이랴~ 윗골로 올라서서 바로가자, 이랴~” 등 겨릿소리를 했다.

홍천군민대상 문화예술부문 수상자인 전 옹의 아들인 전상범(52) 문화활동가는 “시골 마을은 이미 초고령화돼 봄녘부터 5월 모내기 때까지 할 일이 첩첩산중이어서 타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이 고향일을 돕지 않으면 어려움이 많다”며, “4년째 겨릿소 밭갈이와 써레질 때마다 함께하고 있는데 전통문화는 순간이나 찰나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월도 필요하고 애정도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홍천 겨리질은 2015년과 2016년 서울 노들섬에서 서울시민 전통 모내기 체험행사에 초청받아 홍천겨릿소 전통써래질 시연을 했으며, 지난해에는 제27회 강원민속예술축제에 ‘겨릿소 화전밭갈이 농경’ 민속단으로 출전해 전석준 씨가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성근 회장은 “코뚜레소도 거의 없고, 호리소는 어쩌다 뉴스에 보도되는데 겨릿소는 거의 사라진 전통 농경문화”라며, “홍천의 겨릿소 겨리질과 겨릿소리가 명맥이 끊이지 않고 잘 계승 보존됐으면 하고 홍천 밭갈애비 어르신들이 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며 전통문화에 대한 열정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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