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20대 후반 및 30대들의 고등학교 동창회 모임이 있었다. 20대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 번째 안 되는 모임이다. 그동안 고교를 졸업하고 일부는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더러는 군에 바로 입대한 후 취업 내지 장기군복무를 지원해 부사관으로 있다. 개중에는 사관학교를 가서 의젓한 장교들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대학을 진학했다. 의과대 같은 전문직계열에서는 10여 년 이상 아직 공부를 하는 자도 있고 취업을 한 자도 있다. 아마 전문대를 졸업한 동기생들은 중소기업에서 팀장(중견간부)을 맡은 자들도 있다고 한다.

어느 동창회든 다 그렇듯 서로 만나면 동심(초등학교)과 학창시절로 돌아간다. 이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동창이 “야! 우리 그 3학년 때 담임선생님 이름이 뭐더라?” “누구 말이야?” “왜 1반 담임선생님 말이야.” “아 그 약장사?” “그 선생님 퇴직하시고 사업을 하신대.” “그래?” 별별 얘기들을 다한다. 약장사란 선생님의 별명이다. 그때나 요즘이나 필자가 중고교를 다닐 때인 50~60년대나 선생님들에 대한 별명은 다 있었다. 그 별명이 선생님의 존함보다 더 오래 기억되고 잊히지 않는다.

학교 때 공부를 제일 잘했던 ○○은 교사가 돼서 후진들을 가르치고 누구는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가서 위관급이나 영관급 장교가 됐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누구는 경찰대학에 가서 몇 년 있으면 경찰서장이 된다고 한다. 40대 후반에 말이다.

또한 학교 때 전교에서 1~2등 하던 친구는 사법고시를 수차례 봤으나 1차에만 합격하고 2차에서 떨어져 30대 후반인데도 백수로 있으면서 아직도 사법고시의 꿈을 버리지 못한다고 한다. 올해부터는 사법고시가 로스쿨로 완전히 전환되는데 참 안됐다고들 한다. 그의 실력으로 진로(학과) 선택을 달리했다면 지금쯤 근사한 직장이나 전문직에 종사할 텐데 모두가 그의 실력을 안타까워한다.

반면에 학교 때 공부에 흥미가 없어 아예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상업에 뛰어들어 30대에 상당한 재산을 모은 친구도 있고 중학교까지만 겨우 마치고(졸업 여부도 불분명) 바로 사업(월부 판매 등)을 시작해 지금은 큰 부를 이루고 잘사는 동창들도 있다.

전해오는 말에 공부를 잘하면 선생님 되고 그 다음은 공무원이고 공부를 못하면 돈 잘 버는 사람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보다 확실한 길이 있다. 맞춤형 직업학교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교를 갈 때 졸업 후 직장이 보장되는 학교다. 기계공고나 상업학교다. 그리고 국군에서 모집하는 전문 부사관학교다. 육·해·공군 다 있다.

이곳을 졸업하면 취업이 다 되면서 일정기간이 지나면 대학도 가고 있다. 또 의무 복무기간이 끝나면 더 있을 수도 있고 군무원으로 갈아탈 수도 있으며 공군 부사관의 경우 항공사업에 바로 취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 고장의 모 기술과학고교 졸업생들은 졸업과 더불어 전원 취업이 된다고 한다.

이런 특수 고등학교나 대학의 취업이 잘 되는 학과는 몰라서 못가거나 알지만 자존심 때문에 일반학과들에만 많이 진학한다. 물론 일반 학교나 학과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취업이 하도 힘들고 졸업 후 다시 취업을 위해 전문대나 기술 분야에 재입학하고 백수를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는 젊은이들을 보기 딱해서다. 외국어 몇 개하고 기술자격증 갖고 있다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길도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중소기업은 구인난이고 대기업은 취업난이라고들 한다. 초등학교는 제외하고 중·고·대학의 학생들, 졸업생들이여 현 위치에서 10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때 친구(동창)들을 만나면 나와 그의 위치와 처지가 어찌 됐는가를. 체면이나 학벌 같은 자존심은 잠시(몇 년) 접어두고 현실적으로 내가 설 자리가 어딘가를 잘 파악하고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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