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며칠 전 음력으로 정월초하루는 우리의 고유 설날이었다. 설날은 추석과 더불어 명절 중의 명절이다. 사실 양력으로는 절기가 없다. 우수 경칩이나 대보름 하지 동지 등등 대개가 음력을 기준으로 예부터 내려왔다. 양력에는 닭띠나 개띠가 없다. 음력에 있는 풍습들을 양력에 도입해서 ○○해니 들 한다. 음과 양의 이치가 태양이냐 달이냐에 따라 정해졌다.

음력으로 새해 누렁이 개띠 해에 인간의 가치관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다. 7개의 선거가 동시에 있고 헌법 개정도 여야의 합의가 있다면 8개나 된다. 헤아려보면 먼저 군수 군의원 도지사 도의원 도교육감 교육위원이 있다. 돌아오는 6월13일이다. 여기에 뜻을 둔 선량들이 수만 명은 될 성 싶다. 그들 중에는 당선자가 있고 낙선자가 있다. 두 그룹 사이에는 하늘과 땅 차이의 크나 큰 영광과 낙심 자가 있다.

낙선자야 그렇다 치고 당선자들은 자기가 원했던 인생의 최고 영역에 도달했다고 하겠다. 당선이라는 가치관을 갖게 됐다. 가치관이란 자기가 소망하는 것들을 품에 안는 것이라 하겠다. 다시 말하면 권력을 소망하는 사람은 그 권력이 가치관이겠고 재력을 중시해서 큰돈을 번 사람은 그 재산이 가치관이겠다. 수많은 직업 몇 가지 중에서 자기 최고의 가치관을 임의로 가려본다면 선생님(교원)은 학교장이 최고의 가치관 즉 꽃이고 경찰은 서장 행정공무원은 군수 군인은 별일 것이다. 따라서 사람은 가치관을 어디에 두고 어떻게 처신해야만 행복한 일생을 보내느냐가 문제다. 가치관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지난해 우리지역에서 군 단위 사회단체장 선거가 있었다. 물론 군민 전체가 아니고 특정단체의 장을 뽑는 선거였다. 현직 단체장이 임기를 잘 마치고 뽑는 새 단체장 선거인데 현직 임원진의 한사람이 경선을 한다면 유력한 당선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입후보하지 않았다. 마침 그가 지인이었기에 왜 단체장에 도전해보지 않느냐 했더니 “거기 나가면 뭐하느냐 골치 아프게. 가만히 있으면 편한데”라고 한다. 그것이 바로 그 지인의 가치관이다. 가만히 있으면 그 지인 말대로 편하다. 괜히 단체장 선거에 될지 안 될지도 모르면서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어떻게 보면 옳은 말 같기도 하다.

수년 전 신문기사에서 이런 기사를 읽었다. 그때나 요즘이나 중소기업 하기가 그렇게 쉽지가 않다. 특히 월말이 되면 거래처에 대금도 갚아야 하고 직원들의 급여도 줘야 하고 힘든 처지로 늘 바쁘고 빠듯한 재무상태가 중소기업이다. 그런데 기자가 그 사장에게 “사장님 자산 몇 천억 원 은행에 넣고 이자만 받아도 편히 먹고 살텐데 왜 힘들게 회사를 운영하나요?” 물었다. 그때 사장이 “회사 접고 있는 돈으로 먹고살면 몇 대는 편히 잘 살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안 되네요” 한다. 이게 바로 그 사장의 가치관이다. 앉아서 편히 놀고먹는 것보다 쪼들리더라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회사를 꾸려나가는 것이 바로 인간의 가치관이다. 작은 일에서의 성취감 대리만족의 뿌듯함 이 모두가 가치관을 이루는 곁가지들이라 하겠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필자와 필자의 동년배들은 40년대에 태어나서 50년대까지 배우고 60~80년대까지 참으로 억척같이 살아온 세대들이다. 광복과 전쟁과 혁명과 민주주의를 거쳐 우리세대 때 5천여 년 간 지속된 보릿고개를 저 역사의 뒤란으로 보내고 지금의 세계 OECD 국가 중 7번째로 3050국가에 들어갔다.

이제 인생의 후반기에서 각자의 가치관을 새롭게 가지고 살아갈 때다.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노인세대는 노인세대대로 서로의 각자 가치관을 정립해서 멋있는 일상을 보내야 할 것이다. 국가는 국가로서의 가치관이 있어야 하고 사회는 사회대로 단체는 단체대로의 확실한 가치관을 갖고 무술년 새해에는 올곧은 한 해를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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