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이야기 -71-

 

▲김덕만 박사(정치학)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

공직자의 윤리교과서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는 하나 일각에서는 다소 혼란스런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시중에서는 금품수수금지 예외 규정으로 제정된 이른바 ‘음식물3만-선물5만-경조비5만(농수축산품10만) 원’ 규정 중 음식물과 선물규정이 아직도 애매모호하다는 여론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식사 접대로 징계를 받은 사례를 소개합니다. 경기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천 모 소방서 직원 12명이 고깃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이날 자리는 결혼식을 치른 직원 A씨가 답례로 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하자 송년회를 겸해 마련됐습니다.

이날 모임의 식사비용은 총 54만1천 원. A씨가 현금 20만 원을 냈고, 내근직 보다는 수당이 많은 외근직원 4명이 각각 8만5천∼8만6천 원씩 총 34만1천 원을 부담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누군가가 “일부 직원이 3만 원 이상의 식사 접대를 받아 김영란법을 위반했다”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하면서 불거졌어요.

권익위는 12명의 식사비(54만1천 원)는 1인당 약 4만5천 원꼴로 식사 접대상한액 3만 원을 넘긴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권익위는 A씨와 외근직원 4명을 제외하고 밥값을 내지 않은 과장·팀장 등 7명을 징계하라고 인천소방본부에 권고했습니다. 인천소방본부 징계위원회는 그러나 A씨가 결혼 축하에 답례하기 위해 지불한 20만 원은 사회상규상 인정되는 ‘접대’로 보인다며, 20만 원을 뺀 34만1천 원을 접대액수로 산정했습니다.

징계위는 34만1천 원을 11명(A씨 제외)으로 나눠 1명당 접대 받은 식사비를 3만1천 원으로 계산했습니다. 징계위는 결국 밥값을 내지 않은 7명에게 ‘견책’ 징계를 내리고 각각 3만1천 원∼5만4천 원의 징계부가금을 부과했습니다. 견책은 감봉보다는 약하고 주의·경고 보다는 강한 단계의 경징계입니다. 이들 7명은 징계가 과중하다며 지난달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인천소방본부는 조만간 소청심사위를 열어 징계 감경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다음은 선물규정에 대한 시중의 혼란스런 목소리입니다. 농수축산물에 한해 선물가액을 10만 원으로 상향조정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원재료를 가공한 제품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어 다소 혼란스러운 것 같습니다. 정부는 농축산물과 원재료 비중이 50%가 넘는 농축산 가공품의 경우에는 선물가액을 종전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상향했지요. 조미김, 소시지, 햄 등은 포장지에 성분함량이 표기돼 있어 이 기준으로 판단하면 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국민권익위는 홍삼과 과일주스 등 농축산 가공품도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선물가 상한액을 원칙적으로 적용키로 했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원재료가 50% 이상 포함돼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홍삼류 제품에서도 홍삼 함량이 50% 초과인 진액이나 절편 등은 10만 원 선물이 가능하지만 50% 이하의 연한 농축제품은 5만 원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그런 맥락으로 보면 전통주와 과실주도 함량을 따져봐야겠지요.

막걸리는 쌀과 누룩 등으로 빚고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물을 넣어 도수를 맞추는데 평균 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는 6%정도 되지요? 이를 쌀 함량으로 간주해 본다면 원재료 비중이 50%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될 수 있지요. 전통소주로 대표되는 증류주도 이와 마찬가지로 봐야 할 것입니다. 이와는 달리 와인은 포도 등 원재료를 그대로 빚어 숙성시켜 만든다는 이유로 선물가액이 10만 원까지 가능합니다.

다음으로 몇 가지 선물류를 모아서 만든 복합선물세트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법 시행 초기다 보니 여러 가지로 조사 분석해야 할 게 많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설날 이후라도 속히 유권해석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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