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올해는 신문과 방송에서 60년 만에 맞는 황금 개(犬)의 해니 또는 붉은 개(犬)의 해라고들 떠든다. 사실 이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유 절기풍습에 황구 즉 누렁이 개(犬)는 있어도 황금 개나 붉은 개는 없다. 다만 2018년은 개의 해인데 역술인이나 무속인 등이 누렁이 개를 상업적으로 포장을 해서 붉은 개니 황금 개라고 웃지 못 할 이름을 붙였다.

개는 인류가 이 세상에서 최초로 생존할 때 제일 먼저 가까워진 동물이라고 한다. 사실 양력(태양을 중심으로 한 일시)에는 육갑이 없다. 동양의 세시풍습 즉 음력(달을 중심으로 한 일시)에만 12지간을 동물의 이름을 본 따 정해놓았을 뿐이다.

양력은 예수 탄생을 기준으로 세기를 정해 올해가 2018년째이고 음력은 동양에서 시작해 발달됐으며 우리나라는 그 기원을 단기로 올해가 4351년인데 세계적 통일연호인 기원 후 즉 양력을 연호로 쓰고 있다. 우리가 썼던 단기는 단군조선을 세운 때가 역사적으로 그 기준이 되고 있다.

양력과 음력은 대략 한 달 정도의 차이가 있다(윤달일 때). 또한 음력은 달을 기준으로 해서 밤에 보름달과 그믐이 확실해 우리가 직접 보고 절기를 체감할 수 있지만 해(태양)는 변함이 없어 절기를 느낄 수가 없다. 우리의 모든 미풍세시는 음력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그래서 해마다 연초가 되면 개띠니 원숭이니 닭이니 하지만 사실 음력으로 치면 아직 개띠가 돌아오지도 않았다.

요즘 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애완견(반려견)이 있고 도둑을 지키고 사냥을 하는 개가 있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범인을 잡는데 도움을 주는 군경이나 경찰(마약단속) 개가 있다. 집을 잘 기키고 사냥도 잘하며 주인을 극히 잘 따르는 개로는 남쪽에는 진돗개가 있고 북쪽에는 풍산개가 있다. 옛말에 풍산개 세 마리면 호랑이도 잡았다고 한다. 이 개는 덩치가 진돗개보다 훨씬 크다. 진돗개 풍산개와 더불어 우리의 토종 개 중 한 종류로 삽살개가 있다. 털이 많고 심지어 눈까지 덮을 만큼 털이 길다.

필자의 개에 대한 추억은 7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유년시절(7살 때)로 기억된다. 해방 직후 양식도 없고 고기도 없을 때 유일한 보신용은 개고기였다. 한 동네에서 거의 개를 기르고 새끼를 내서 육용으로 잡아먹었다. 동네 아이들은 죽은 개에서 꺼낸 오줌통에 바람을 불어넣어 축구공으로 차고 놀았다.

그 후 중학교 때 이웃집 군인가족이 기르던 개를 이사 간다면서 우리 집에 주고 갔다. 누렁이 암캐로 진돗개 잡종이었다. 나를 잘 따르고 저보다 덩치가 두 배나 되는 큰 개와 싸움을 해도 지지 않았다. 어느 날 그 개가 쥐약(당시에는 쥐가 많아 쥐약을 많이 놨다)을 먹고 집에 들어와서 죽었다. 매우 애통했다.

그 후 20대 초반 때 결혼과 동시에 까만색의 강아지를 지인이 줘서 길렀다. 요것이 영리하고 사람들을 잘 따라 신혼 초라 동네 사람들이 그 개의 이름을 검둥이라고 짓고 집사람을 검둥이네 새댁이라고 불렀다. 그 후 50년 후 하얀 진돗개를 길렀으나 원인 모르게 죽은 후부터는 개도 안 기르고 있다.

개와 사람은 그 관계가 참으로 깊다. 사람이 사람 구실을 못하면 개만도 못한 자라고 한다. 안 좋은 이미지로 ‘개’자를 앞에 붙인다. 개자식 개떡 개 같은 놈 개밥 등등이다.

어쨌든 올해는 황구 즉 누렁이개의 해다. 개띠의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온 국민이 개처럼 의리(?)를 지키고 액운을 쫒아내고 나라 안팎의 불안도 해소돼서 모두가 행복한 무술년의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