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1950~60년대의 화양강(홍천강)은 낭만의 겨울 스포츠 요람이었다. 12월 중·하순경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돌멩이로 맑은 얼음을 깨보고 디뎌보고 해서 사람이 다닐 수만 있으면 그때부터 얼음 놀이터로 변한다. 특히 지금의 사미정 앞에서부터 연봉다리 밑에까지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얼음이 제일 잘 언 곳에 스케이트장을 개설한다.

스케이트장으로 제일 많이 쓰였던 곳이 연봉다리 밑과 다리 위쪽(당간지주 앞)이고 그 다음이 지금의 남산교와 화양교 사이다. 이 세 곳에서는 얼음이 얼기 시작한 12월에서부터 그 이듬해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2월 초순까지 학생들과 어른들이 바글바글했다.

스포츠용품 전문점도 겨울 장사로 스케이트를 판매했고 강 한편에서는 천막을 치고 스케이트 날을 갈아주는 곳이 두어서너 군데가 있었으며 국화빵과 군고구마 등도 팔았다. 얼음판 가운데는 썰매장이고 400m코스 링에는 각종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경기대회도 자주 열렸다. 어린이 스케이트 대회와 중·고등학교 및 성인과 군인 등의 대회도 열렸다. 이곳에서 초등학교 때 선수를 했던 몇몇 여자선수는 후일 국내 실업팀(당시 외환은행 현재 우리은행) 소속 선수로 스카우트되기도 했다.

홍천은 화양강(홍천강) 이외에도 홍천초등학교 뒤편 현재 토우아파트 건축 전 저수지(연못)가 있었는데 이곳에서도 얼음을 탔고 경기도 했으며 서울에 비해 천연 얼음이 늦게 녹는 북방면 성동저수지에서는 전국규모의 스케이트 대회를 열었던 때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겨울 스포츠로서 스케이트가 대유행이었다.

필자도 스케이트를 일찌감치 장만해서 화양강 얼음판을 누볐는데 달밤에 나가 타기도 했다. 이때 스케이트 동료로 현재 춘천에서 자영업과 문인(시인)으로 있는 이은무 시인이 있었고 김유정 문학촌 이사장인 홍운 전상국 작가도 열심히 탔던 생각이 엊그제 같다.

얼음판은 스케이트를 잘 타든 못타든 얼음판에 간다는 것과 서있다는 그 자체가 신나는 것이었다. 당시 학생들에게 갖고 싶은 것을 물으면 겨울에는 스케이트고 여름에는 자전거였을 만큼 겨울 운동기구로 스케이트를 선호했다.

초겨울이 시작되면 군청에서 군부대와 같이 강물을 막아 물을 잔잔하게 하고 얼음을 얼게 해서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다. 80년대 후반쯤까지 만들어주다가 90년대 들어오면서 겨울 스포츠가 사양화되면서 얼음판 자체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 후 홍천에 주둔한 군부대에서 군인들의 체력강화 일환으로 군부대 간 대항전을 몇 년 하다가 그마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없어지고 겨울축제인 꽁꽁축제(인삼송어축제)가 신설되면서 6~7년 전부터는 현재의 위치에 얼음축제장을 만들어놓고 있다.

축제 초기에는 스케이트장을 개설해서 많은 호응을 얻었으나 어쩐 일인지 몇 년 전부터는 스케이트장(링)이 없고 대신 썰매와 얼음 위 놀이시설들이 들어와서 흥행을 하고 있다.

추억은 아름답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추억이기도 하다. 5~60여 년 전 화양강(홍천강) 얼음판에서 낮이나 밤이나 씽씽 달리던 스케이트 애호가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뛰는 벅찬 감동을 느끼게 된다. 겨울 스포츠의 하나인 스케이트가 없어진 것은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수 감소도 있겠지만 학생들의 도전정신이 그때와 지금은 상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이나 다른 놀이기구가 많아져서 겨울운동을 기피하는 것이기도 하다.

홍천사람이라면 여름에는 미역 감고 겨울이면 썰매(스케이트) 타고 하던 화양강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유년시절의 그 즐거웠던 추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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