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연
홍천경찰서 희망지구대 순경
직장인 나운전(가명) 씨, 바쁜 출근길에 서두르다 길가에 주차돼 있던 자동차의 앞범퍼에 스크래치를 남겨버렸다. 당황한 나운전 씨에게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아무도 못 봤으니 괜찮아. 그냥 가도 돼!’, ‘몰랐다고 잡아떼면 그만이지.’ 결국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떠나버린 나운전 씨. 과연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017년 6월 3일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이하 도교법) 제54조에는 이렇게 명시돼있다. ‘제54조(사고발생 시의 조치)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해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은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 및 피해자에게 성명·전화번호·주소 등 인적사항을 제공해야 한다.’

위 법조문에 따라서 나운전 씨는 사고를 인식한 즉시 자신의 이름, 전화번호 등의 인적사항을 남기거나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했어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은 나운전 씨는 도교법 제156조(벌칙) 10호에 근거해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통계청(http://kostat.go.kr)에 따르면 ‘도로교통법(물피교통사고미조치)’의 발생건수는 2011년 3만6335건, 2012년 6만6776건, 2013년 7만8640건, 2014년 8만6507, 2015년 10만714건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 도교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타인의 자동차를 손괴하고 도주해도 안 잡히면 그만, 잡혀도 수리비를 지불하면 그만이었다. 손괴 후 도주행위를 처벌할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도주운전자가 만연해지는 반면, 피해자는 물적 피해를 본 것도 억울한데 수리비 및 보험료까지 부담하는 부당함을 떠안아야 했었다.

이제는 해당 법이 제정돼 운전자가 사고 후 연락처를 제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난다면 현 도교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운전자들의 인식 변화가 없다면 법의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가해자는 언젠가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법에 저촉되는 불명예스러운 행위를 하기보다는 자신의 과실에 책임감을 갖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이익이 되는 일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차량을 주차한 주인은 블랙박스를 설치하고, 되도록 CCTV가 있는 장소에 주차하는 것이 좋다. 승차 전에 차량 외관을 점검하고 파손 부분을 발견한다면 즉시 가까운 지구대·파출소에 신고하면 된다.

이에 따른 경찰은 신속한 사건 접수와 수사로 ‘가해자는 반드시 잡힌다’라는 지역 분위기를 만들어간다면 해당 범죄 발생률 감소 및 법의 효과를 상승시키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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