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야기-35-

 

김덕만 박사(정치학)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홍천교육지원청 학교발전자문위원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법무부 사이의 이른바 ‘돈봉투’ 만찬사건이 언론에 터져 나오면서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와 대검에 감찰을 지시하면서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도 조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를 비롯해 언론인·사립학교 교직원 등 직무관련자들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 원(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할 경우 최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뉴스통신사인 ‘뉴스1’ 등 언론에 의하면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열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특수본 소속 간부 7명은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안태근 법무부검찰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간부 3명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안 국장은 수사팀장들에게 70만~100만 원씩의 격려금을 건넸고, 이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 원씩의 격려금을 각각 지급했습니다. 감찰 결과 식사비용을 포함해 100만 원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될 경우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찬 당일에 식사비용을 각자 계산했거나 특수활동비 등 법령에 따른 비용으로 처리하여 결과적으로 제공된 금액이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형사처벌은 면하게 됩니다. 이 경우 직무 관련성에 따라 법 위반 여부가 가려져 과태료를 물게 될 수 있습니다. 청탁금지법은 수수금액이 100만 원 이하일 경우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수수금액의 2∼5배의 과태료를 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만찬에 참석한 검찰 특수본 간부들과 법무부 간부들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이냐, 또 금품 및 식사비용의 출처가 어디냐에 따라 청탁금지법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습니다. 청탁금지법은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나 파견 공직자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가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은 금품수수 금지의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만찬에서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갔는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아무리 상·하급자 사이라고 하더라도 감사 조사 평가 감독 인사 등의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청탁금지법 대상이 됩니다. 이 지검장이 금품을 건넨 이들은 법무부 검찰국 1, 2과장으로 검찰 인사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습니다.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의 상급기관입니다.

특히 이날 만찬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각각 구속, 불구속기소한 지 나흘 만에 벌어졌습니다. 법무부 검찰국은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던 곳입니다. 안 국장은 우 전 수석이 수사대상이던 지난해 7~10월 1천여 차례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검찰은 돈봉투 만찬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통상적인 후배 격려 차원의 수사지원비였고 부적절한 의도가 없었다고 합니다. 또 이 지검장이 법무부 간부들에게 건넨 금품은 향후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다음날 되돌려줬다고 해명했습니다. 소속은 다르지만 같은 검찰 조직에 몸담고 있다는 점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는 청탁금지법의 취지는 외부인사가 뇌물성 금품을 주거나 부하직원이 윗사람에게 잘 봐달라는 취지로 뇌물성 금품을 주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면서 검찰 내부의 특수활동비로 쓰인 것이라면 청탁금지법으로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현재까지 보도나 검찰이 밝힌 것으로 보면 아직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어찌됐건 영수증 없이 나눠 주는 특수활동비의 쓰임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지출규정을 투명하게 재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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