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야기-33-

 

김덕만 박사(정치학)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홍천교육청 학교발전자문위원

매년 늘어나던 기업의 법인카드 발급 숫자가 13년 만에 처음 감소한 통계가 나왔습니다. 이는 불황에 따른 기업들의 접대비 절감과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공직로비활동 제한 때문으로 기인되고 있습니다.

국책은행인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발급된 법인 신용카드는 7백86만 9천장으로 2015년 8백15만 9천장보다 29만장 감소했습니다. 보유 법인카드 총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신규 발급 법인카드는 2003년 이후 처음 감소했습니다. 법인카드 증가세가 주춤해진 것입니다.

신용카드업계에선 기업들이 법인카드 사용자를 간부 직급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거나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기업의 접대비 사용 요건이 강화된 것도 법인카드 신규 수요를 억제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의 법인카드가 전통적으로 대관 업무 시 공직자들의 음식접대 선물비 골프비 등으로 많이 쓰였습니다. 특히 청탁금지법에서는 골프는 접대금지가 아니라 절대금지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선물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부적절한 향응에 해당합니다.

접대를 많이 하는 업종으로서는 병원과 약국 영업을 하는 제약업종을 빼놓을 수 없지요. 일 년 중 5월은 선물수요가 비교적 많은 달입니다. 그런고로 영업경쟁이 치열한 제약사들도 바쁜 달이기도 합니다. 근로자의 날과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사이의 징검다리 황금연휴를 즐기러 떠난 5월 2일과 4일 제약 영업사원들이 병원과 약국에서 잘 안 보인다고 합니다. 이는 과거 제약사 연휴 영업 관행과 비교해 사뭇 달라진 풍경입니다.

한 언론이 지난 2일과 4일 강남의 명문대학 병원을 찾아 제약사 연휴 영업환경을 살펴본 결과를 소개합니다. 실제로 이 병원에서는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진료실 앞에 줄지어 앉아 있었고, 간호사들이 환자를 안내하는 일상 업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상에서 정장을 입고 서류가방 또는 백팩을 멘 영업사원들이 많지는 않았답니다.

병원의 음료판매점주는 연휴 기간 제약사 직원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휴일에도 음료수를 많이 사가는 제약사원들이 있었습니다. 청탁금지법은 대학병원의 교수 간호사 등 스태프들이 음료수 한 병도 아예 받을 수 없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대학병원이 갑질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이제는 과거와는 달리 병원 진료순서를 뒤바꾸거나 의료기기 제약 등을 납품하기 위해 음료수 등 금품을 수수하게 되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처벌받습니다.

어떤 법률이든 시행되면 업계에 따라 이해득실의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청탁금지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청탁금지법은 특히 소상공인 농업분야에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화훼 농가들이 스승의 날보다 일주일 정도 이른 어버이날에 맞춰 카네이션을 출하해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학교마당은 교육기회 균등과 교육평등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곳입니다. 이에 따라 학생성적 평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작은 선물이라고 하더라도 엄격히 금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화훼농가들을 위해 농식품부 등 관계당국에서는 공공분야를 비롯 각계에서 사무실 화분 놓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해당업계의 발 빠른 업종다양화나 새로운 시장개척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