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야기-31-

 

김덕만 박사(정치학)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홍천교육청 학교발전자문위원

공무원은 말 그대로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무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 등을 받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습니다. 직무 관련인에게 갑질을 하는 행위도 금물입니다. 이를 막는 법으로 부정청탁금지법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정신 나간 공무원이 일부 있네요. 청탁금지법 시행이 7개월이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특히 비리 감독기관인 감사원 공무원의 소행을 소개합니다. 감사원 공무원이 감독 산하기관인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청첩장을 돌리다 들킨 사연입니다. 감사원 금융감독원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감사원 산업금융감사국 제4과는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 한 사무실에 감사관의 결혼식 안내문을 팩스로 발송했다고 합니다. 팩스에는 결혼식의 시간과 장소, '와서 축하해 달라'는 문구 등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산업금융감사국 제4과는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수행 중이었고요.

공무원 행동강령 제17조는 "공무원은 직무 관련자나 직무 관련 공무원에게 경조사를 알려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의 비위를 단속하는 감사원이 스스로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이지요. 감사원 관계자는 "결혼이 예정된 감사관이 현장 감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같은 사무실의 서무직원이 감사원 출신 금감원 직원의 요청을 받고 팩스로 보내준 것"이라며, "결혼 당사자는 몰랐던 사실이지만 동료가 팩스를 보낸 것은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팩스를 보낸 직원에 대해 감찰담당관실에서 공무원 행동강령뿐 아니라 청탁금지법의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앞으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체 공지 등을 통해 내부통제를 더욱 철저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올바른 길로 나가는 사례 하나 더 들어 볼까요? 기획재정부 사례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예산을 움켜쥐고 있는 ‘나라 곳간지기’라고 할 수 있는 막강한 갑질기관이죠.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올 하반기 이뤄지는 내년 예산 편성 때 예산실 식비를 인상한다고 합니다. 연간 400조 원이 넘는 나라 예산을 쥐락펴락하는 ‘슈퍼 갑’의 기관이지만 밥값경비를 늘리기로 한 이유를 들어볼까요. 그동안 예산 타러 오는 공무원들이 갖고 오는 음식물 등으로 상당수 해결했는데 청탁금지법 이후 거의 없어졌다네요. 그래서 스스로 예산을 세워서 밥값을 지불해야 한답니다.

좀 더 부연하면 200여 명 가까이 되는 예산실 공무원들은 예산안 국회 심의가 시작되는 매년 가을에는 전원 국회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이때는 야근에 모텔 쪽잠이 일상이다 보니 예산 설명 차 들른 각 기관 예산 담당자 등 외부 손님들이 전해주는 지역특산물, 빵, 음료 등으로 간식을 해결하곤 했답니다. 예산실은 곧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각종 정책 시행으로 예산을 짜는 일이 전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간식거리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군요.

주지하다시피 공직사회 예산담당자들의 상전인 예산실은 직무 관련인들로부터 건네는 음료 한잔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부패 신고 및 행정심판을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심판 업무 차 다녀간 대구시 공무원들이 음료수 1만1천 원짜리 한 박스 사다 놓고 간 것이 적발되어 법원으로부터 청탁금지 및 금품 수수 금지 규정에 따라 두 배의 과태료를 부과 받은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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