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야기 -27-

 

김덕만 박사(정치학)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홍천교육청 학교발전자문위원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 3월 28일로 시행 6개월을 맞았습니다. 청탁금지법 도입으로 관행적인 청탁·접대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소비가 위축되면서 농수축산·화훼업종과 소상공인 등 일부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고 법 조항이 복잡해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입니다.

일단 말이죠. 이 법 제정 및 시행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청탁금지법을 통해 금품수수나 부정청탁 관행이 상당 부분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법 시행 이후 권익위에 위반신고 건수는 부정청탁 81건, 금품수수 94건, 외부강의 13건 등 모두 188건이었습니다. 지난 반 년 동안 하루 평균 1건 꼴로 신고 된 셈이죠. 권익위 관계자는 “국민 10명 가운데 8명꼴로 청탁금지법 시행에 동의하고 있다”며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부 업종에서 매출 감소가 현실화했고, 소비 심리에 악역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보다는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법 시행 후 첫 명절에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은 전년보다 25.8% 감소했습니다. 화훼 농가의 매출도 30% 정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농업 등 1차 산업이 주업종을 이루는 강원도에서도 의회 중심으로 지난 3월 16일 성명을 통해 법 개정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청탁금지법에서 선물을 업종 구분 없이 최대 5만 원으로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바람에 농림·축·수산물유통은 지난해 설날보다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소비 부진까지 겹치며 농수축산·도소매·음식점업의 매출 감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청탁금지법 가액 범위를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는 등의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3만원(식사)·5만원(선물)·10만원(경조사비)으로 정해진 가액 한도를 두 배 이상 높여 현실화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효과와 영향'에 대한 연구용역을 한국행정연구원에 의뢰하고 오는 6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허용 금품의 가액 조정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 여부를 놓고도 아직 불명확한 사안들이 남아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어린이집이라도 교사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어린이집 대표는 '공무수행사인'으로 판단해 법 적용 대상에 넣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이른바 '쪽지예산' 끼워 넣기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선을 긋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청탁금지법은 적용대상을 공직자는 물론 민간까지 지나치게 확대한 포괄적 행위규제라며, 법이 국민들의 사적 활동에 과하게 개입하면 자칫 국민의 자유가 침해당할 수 있는 만큼 적용대상 축소 등을 통해 법 집행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청탁금지법 개정안은 △적용대상 조정(5건) △농수축산 피해 방지(4건) △이해충돌 방지 조항 추가(1건) △공직자 서약서 조항 삭제(1건) 등 모두 11건입니다.

이법을 만들기 위해 10여 년 간 청렴캠페인을 벌여 온 저는 이 같은 일련의 찬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청렴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무의식중에 널리 확산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혈연 학연 지연 등 온정연고주의로 얽힌 우리나라가 커피 한잔이라도 직무관련자에 주면 250배의 벌금을 물리는 핀란드같이 청렴선진국이 되려면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일종의 ‘성장통’을 겪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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