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19】

묘고대는 중국 절강성 설두산에 있는 작은 돈대다. 차 맛과 품격은 생산된 고장의 물맛과 같다고 한데서 유래한단다. 선승의 시상인지라 선취禪趣가 가득 묻어난 시상을 만나게 된다. 간수는 선가의 수행처럼 일념 일념 흐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하여 무엇엔가 깨달으면 그 전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깊은 뜻을 담는단다. 소나무 아래에서 솔방울을 따서 만지작거리니 달이는 차 맛은 소나무 향기 받아 그 더욱 향기롭네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妙高臺上作(묘고대상작) / 진각 혜심
고개 구름 한가로이 걷히지 아니하며
시냇물은 왜 그리도 바쁘게 달리는가
소나무 아래 솔방울 차 맛 더더욱 그윽하네.
嶺雲閑不徹 澗水走何忙
영운한불철 간수주하망
松下摘松子 烹茶茶愈香
송하적송자 팽다다유향

고개 구름 한가로와서 늦어도 걷히지를 않고(妙高臺上作)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무의자(無倚子) 진각혜심(眞覺 慧諶:1178∼1234)으로 고승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고개 구름 한가로와 늦어도 걷히지 않고 / 시냇물은 왜 그리 바삐도 달리는가 // 소나무 아래에서 솔방울을 따서 만지작거리니 / 달이는 차 맛은 소나무 향기 받아 향기롭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묘고대 위에서 시 한 수를 짓다]로 번역된다. 묘고대는 중국 절강성 설두산에 있는 작은 돈대다. 설두산은 산중에 우윳빛 맑은 샘물이 있어 그곳에서 솟는 물이 흩날리는 눈꽃 같다고 하여 설두산이라 했다 한다. 묘고대에서 한껏 취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 작품의 이면을 본다.

시인은 구름이 한가롭게도 걷히고, 냇물이 빨리 흘러가는 장면을 대비해 보인다. 고개 위에 있는 구름 한가롭게도 걷히지 않고, 시냇물은 왜 그리 바쁘게 달리고 있나를 상상해 보인다. 구름은 한가롭게 걷히지 않고, 시냇물은 바쁘게만 달린다는 대비적인 시상이다. 시는 비유법이자 대비법이라는 실증을 보여주는 작품의 숨은 뜻을 보인다.

화자는 짤막한 절구 한 편에서나마 대비를 찾아냈던 작가적인 역량을 보이더니만, 전혀 딴전을 부리는 묘미를 보여준다. 소나무 아래에서 솔방 몇 개를 따서 그것을 우려내면서 달이는 차 맛은 어디에 비유할 수 없을 만큼 향기롭다고 했다. 시조時調의 종장에서도 마찬 가지이겠지만, 한시의 시상에서도 전구轉句와 결구結句에서는 반전을 시도해야 된다는 실증을 보인 작품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한가로운 고개 구름 시냇물은 빨라가네, 솔방울 만지작에 소나무 향 향기롭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무의자無倚子 진각혜심(眞覺 慧諶:1178∼1234)으로 고려 후기의 승려이다. 조계산에서 수선사를 만들어 교화 활동을 하고 있던 지눌 선사에게 가서 어머니의 재를 올린 다음 지눌의 제자가 되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때부터 힘써 정진하였으며, 지눌은 혜심의 재능을 아꼈다 한다.

【한자와 어구】
嶺雲; 고개 구름. 산 고개에 걸친 구름. 閑: 한가하다. 不徹: 걷히지 않다. 곧 구름에 계속있다. 澗水: 시냇물. 走: 달리다. 빨라 흐르다. 何忙: 어찌 저리 바쁘게. // 松下: 소나무 아래. 摘: 따다. 松子: 솔방울. 솔의 씨가 들어있는 자방. 烹茶: 차를 달이다. 茶愈香: 차 맛이 더욱 좋다. 차 맛이 향기롭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 한국문인협회 회원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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