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야기 -15-

김덕만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홍천교육지원청 학교발전자문위원

요즘 어딜가나 장사가 안 된다는 얘길 많이 듣습니다. 특히 농업 수산업 축산업 등 1차 산업에서 심하다고 합니다. 저도 농부의 아들로 어렵게 자랐으니 심정 이해합니다. 그래서 이번호에서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선물(뇌물) 수요 감소로 농산물 화훼 수산물 농어가들이 큰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어떨지요. 농수축산물 중 고가품은 아무래도 공직사회에서는 뇌물성격을 띨 수 있으니 법에 따라 간소한 선물 즉 5만 원 이하로 소포장해 팔아보자는 전략입니다.

이미 발 빠르게 대처하는 사업자들도 서서히 늘고 있습니다. 상품의 포장을 작은 단위로 하고, 중간마진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세우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방법과 수단 강구는 농정당국의 몫이죠. 정부가 ‘저가의 농산물 팔아주기 캠페인’ ‘간소한 선물주고받기 캠페인’ 등을 전개해 주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시중에는 이미 화환 및 조화가 종전 개당 10만 원에서 이법 시행 이후 3만 9천원과 4만 7천 원짜리 광고가 늘고 있고 서서히 구매도 늘고 있습니다. 관련 업소들의 적극적인 자구적 대응방안이죠. 지난 추석에는 저가 선물용품으로 분류되는 김, 멸치 등의 선물용품이 더 잘 팔리는 현상이 실제로 드러났습니다. 신정과 구정에도 이런 수혜분야가 더 나올 것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새 제도가 도입되면 매출이 줄어드는 불황분야와 늘어나는 호황분야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경기위축 지적과 관련 작금의 경제는 이법 시행과 관계없이 이미 침체기입니다. 경제지표가 하강 국면에 있지요. 올 4분기 경제가 어떻게 될지 수치가 좋지 않게 나오면 청탁금지법을 원인 중 하나로 거론하는 분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나라 무역수지, GDP(국민총생산), 올림픽, 월드컵 등 다른 지표는 세계 10위권인데 기업 회계 투명성(61위) 등 부패인식지수(CPI. 37위)는 세계 하위권입니다. 이런 불투명한 나라를 후세들에게 물려주어서야 되겠습니까? 상위권으로 끌어올려야지요.

혹시 여러분은 누가 10억 원을 준다면 10년간 감옥 가서 옥살이를 하겠습니까? 대구의 한 시민단체가 조사한 내용입니다. 고교생 56%와 중학생 37%가 10억 원을 주면 감옥 가겠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어린 학생들까지 이렇게 생각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어지럽습니다.

이 법 시행으로 나타나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각자내기(더치페이) 공직문화가 확산되고 있지 않습니까? 접대용 법인카드를 갖고 다니며 흥청망청 나랏돈을 물 쓰듯 하던 공직문화는 확연히 줄었잖아요. 사업하시는 입장에서도 줄어든 접대비를 투자와 연구비로 돌린다면 장기적으로 기업 및 국가경제에 보탬이 될 것입니다.

파파라치(비리신고자)에 대해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악의적으로 남용돼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것이란 우려 때문이죠. 파파라치는 비리 신고 시 신고자와 위반자의 인적 사항 등을 증거 자료와 함께 서명한 문서로 신고토록 되어 있습니다. 자칫 신고 내용이 거짓이면 무고죄로 도리어 처벌받습니다. 신고절차가 까다롭습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약 3개월간 국민권익위원회에는 95건의 비리제보가 접수됐다고 합니다. 비리신고로 지난해 7월 11억 600만 원을 받아간 분이 있습니다. 기계장치 수입 원가를 부풀려 한국전력에 납품했다는 신고였습니다. 이 신고로 국가가 환수한 금액이 200억 원이 넘습니다. 외국에선 내부 고발자에게 수백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나온 바도 있습니다.

청탁금지법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 대책을 말씀 드립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그동안 1만 1900 건의 질의가 접수됐어요. 그중 4000여 건은 답변을 완료했고 나머지는 검토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10월부터 법제처 법무부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청탁금지법 해석지원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애매한 건 재판을 거쳐 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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