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곤
홍천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지금은 국민이 주권을 가지고 있는 민주시대이다. 대한민국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모든 정책을 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는 국민의 의견을 대변할 정부와 의회를 구성하여 정책의 문제를 처리하도록 하는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 representative democracy)라는 간접민주주의 제도를 시행한다. 물론 국민투표와 같은 직접민주주의의 제도도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개별 정책에 대해 국민이 직접적인 투표권을 행사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이런 대의민주주의를 시행하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점이 생기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과연 ‘선출된 정치인들이 국민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는 정책을 시행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는 일이 빈번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를 효과적으로 제재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민주시대’에서 ‘군주시대’의 악습이 재현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왜 그러한가? 민주냐 군주냐는 결국 구호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사가 얼마나 정책에 반영되는가’로 결정되어야 하는데, 민주주의를 시행하더라도 투표만 끝나면 위정자들이 국민위에 군림하면서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군주주의 악습이 재현될 것이며, 군주주의를 시행하더라도 군주가 세종대왕처럼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여 정책에 반영한다면 민주주의의 장점이 구현될 것이다.

민주주의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의사가 정책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군주주의와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진정으로 민주시대를 열고자 한다면 국민 개개인이 각성해야 한다. 우선 민주주의의 참 맛을 아는 정치인을 뽑을 안목을 키워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국민이 좋아하는 바를 좋아하며 국민이 싫어하는 바를 싫어하는’(「大學」) 정치인을 뽑을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이 정치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오늘날은 자금이 없이는 정치활동을 하기 힘든 시대이다. 아무리 이상이 좋더라도 정치활동 자금이 없다면 그 이상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러니 진정한 민주시대를 열고자 하는 깨어 있는 국민이라면 정치후원금 등의 제도를 활용하여 정치인들을 자금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어 정치활동을 펼침에 힘을 얻도록 해야 하며, 검은 손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올바른 구현은 단순히 투표장에서 정치인을 뽑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은 국민이 주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권리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국민의 입장을 무시하는 비양심적인 정치인의 정계 진출을 막고, 국민의 입장을 존중하는 양심적인 정치인의 진출을 적극 지원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양심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정치후원금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 이것은 민주시민의 임무이다. 이런 임무를 등한시 하면서 단순히 정치를 비판하기만 한다면 성숙한 민주시민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정약용 선생이 ‘백성은 과연 목자(牧者)를 위하여 사는 것인가? 아니다! 목자가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이다.’(「原牧」)라고 외쳤던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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