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야기 -8-

김덕만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아직도 경찰에 돈을 주면 뭔가 해결될 것이라는 몰지각한 지식인이 있군요. 이공계에서 가장 많이 배웠다는 사람 즉 의사입니다. 매사에 사회의 모범이 돼야 할 사람이죠. 경기도 화성의 한 편의점에서 소란을 피우다 붙잡힌 70대 의사는 경찰 조사가 끝난 뒤 담당 경찰관에게 1백만 원의 돈을 건넸습니다. 부정청탁금지법 금품 수수 등의 금지 규정에 위반되지요. 경찰관이 공무원 신분이고 소란을 피운 의사는 경찰의 조사를 받는 입장이니까 두 사람은 직무관련 당사자들입니다. 누구든지 직무관련 공무원9공직자 등에게 ‘금품 등’을 주어서는 안 되도록 청탁금지법은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금품 등’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재산적 이익으로는 돈 수표 주식 상품권 등이 해당합니다. 여기서 상품권이란 전통시장상품권 백화점상품권 골프우대권 골프할인권 구두티켓 공연관람권 입장권 등 각종 티켓을 가리킵니다. 또 각종 편의제공으로 음식 주류 골프 교통 숙박 등도 금품 등에 해당합니다. 경제적 이익으로 채무변제 취업제공 등도 광범위하게 금품 등으로 분류됩니다. 이들 모두 당연히 직무관련자에게 주면 처벌 대상입니다.

춘천경찰서에서 발생한 4만5천원 상당의 떡 한 상자 전달 사건은 금품 등의 음식물에 해당합니다. 화성경찰서에서 발생한 돈 1백만 원은 금품 등의 돈에 해당하죠. 둘 다 처벌 대상에 포함됩니다. 춘천경찰서 건은 지난 호에 이미 설명드렸으니 화성경찰서 사건 사례를 통해 부연설명해 봅니다.

1회당 수수금액이 1백만 원 이하니까 규정에 따라 2배에서 5배까지 과태료를 물 수 있습니다. 과태료는 행정별로 통상 행정처분청이 매기는데 청탁금지법의 과태료는 법원이 매깁니다. 당초 이법의 제안 및 운영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과태료를 매길 예정이었습니다. 제가 대변인으로 일할 때 입법이 진행되었는데 그 후 국회 의결과정에서 사법부가 매기도록 한 것입니다. 그만큼 사안이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청탁의 범위가 애매하고 복잡한 만큼 사법부의 판단에 맡긴 것은 잘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법부는 일단 당사자가 법정에 나오지 않는 약식재판으로 매기겠지요. 만약 처분이 억울하다면 다시 소송을 걸게 되겠지요.

한 방송에 따르면 춘천경찰서에서 떡을 전달한 분은 처분에 따라 과태료를 내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 달 정도면 결과가 나올 예정이니 재판결과를 두고 보시지요.

화성에서 1백만 원의 돈을 건넨 의사는 소란을 피워 미안함의 표시로 건넨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찰관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명백한 만큼 과태료 처분을 하기로 가닥을 잡고 조사 중에 있습니다.

지난 15일 경찰서를 찾아 다시 조사받게 된 의사는 조사가 끝난 뒤 담당 경찰관의 책상 위에 현금 1백만 원과 명함이 든 봉투를 두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경찰관은 같은 날 곧바로 청문관실(청탁방지담당관실)에 서면으로 신고했고, 경찰은 신고 및 반환절차에 따라 돈을 의사에게 돌려줬습니다. 돈을 돌려 준 경찰관은 청탁금지법 절차에 따라 신고를 하고 돈을 반환함으로써 면책사유가 된 것입니다. 만약 돈을 안돌려주고 수수했다면 과태료 최대 5배에 해당하는 5백만 원의 과태료를 물 수도 있습니다. 또 만약 사건 편의를 봐주었다면 뇌물죄 배임수재죄 등 다른 법령에 따라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청탁금지법 시행 초기다 보니 본의 아니게 전국 방방곡곡에서 크고 작은 금품 수수 및 부정청탁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50여 년 간 산업화를 이루면서 크고 작은 청탁들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이뤄지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모든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내 논에만 물대기 식’으로 무리한 청탁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주변을 돌아볼 때입니다. 이 법 적용대상기관과 적용대상자들의 홍보활동도 좀 더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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