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학교 경제학과 김인규 교수는 언젠가 중앙 모일간지 시론에서 사람은 생활이 넉넉해지면 사치품에 눈을 뜨게 되는데 민주주의도 경제학에서는 사치품이란다.

경제가 발전하면 그 다음은 자연히 민주주의가 따라오게 되는데 그래서 독재자들은 절대로 경제를 발전시키지 않는다. 영구히 권력을 움켜쥐려면 국민을 가난에서 헤매게 내버려두어야 한다. 아프리카 독재자들이나 북한의 독재자 3대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다행히 박정희 대통령의 ‘하면 된다’는 신념에 의해 대한민국은 보릿고개를 넘어 가난을 벗었지만 인생 팔십을 전후한 오늘날의 우리 노인세대는 솔직히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세대이기도 하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못 배운 상놈의 한을 풀기위해 보리죽을 먹을망정 하나같이 자식들은 학교마당으로 내몰며 훗날 그들이 개천에서 용 나는 신분 수직상승의 마법을 기원하면서 살모사의 심정으로 내 하나의 몸쯤은 개똥밭에 굴러도 좋다는 절박함으로 살아온 세대이기도 하다.

이제 몸과 마음이 탕진되어 파김치가 된 우리세대는 그래도 뒷북치며 찾아온 현대의학님 덕분에 그럭저럭 생을 연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홍천 같은 지방도시의 병의원이 노인방문객으로 문전성시다. 하긴 노인이 전체국민 오천만 명의 20%인 일천만 명 시대가 곧 다가올 것이라니 솔직히 착잡한 심정이다.

그러나 인간의 출생은 처음부터 무한경쟁 속에 선택받은 권리에 의해 탄생된 생명이기에 끝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다가 마무리해야 할 의무가 따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선택받은 출생의 권리와 삶의 의무에 대한 아름다운 마무리인가? 답은 간단명료하다. 지금 우리 노인들의 바람은 남아있는 삶의 시간과 정비례한다. 삶의 종착역이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바람은 짧고 단순하다.

첫째는 일자리가 있으면 좋겠는데 이 나이에 맞는 일이 그리 흔치않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을 만큼 조금의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둘째는 대인관계다. 가족과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들과의 관계가 따뜻하고 형제와 일가친척들, 친구와 이웃들과의 관계가 원만하다면 이 또한 얼마나 좋은가.

셋째는 건강이다. 아니 이 건강문제가 가장 깊은 바람일지도 모른다. 특히 하나님이든 염라대왕이든 만나러 가는 날까지 쌩쌩하게 땅을 밟고 걸어 다니다가 “나 이제 미련 다 털고 저쪽 세상 전입신고 하러 가야겠다. 얘들아 너무 슬퍼하지 마라”하고 가족들의 눈물어린 전송을 받으며 뚜벅뚜벅 걸어 대문을 나설 수 있다면 그 이상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신이시여 이 시대 이 노인들의 소박한 이 세 가지 소원을 꼭 지켜봐 주시옵소서.

김성학(북방면 역전평리 노인회)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