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은 학문 사상가였지 시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조선사회가 사상가와 시인을 따로 구분 짓지는 않았다. 문학을 하는 사람이 역사에 통철한 눈을 가졌고, 역사에 밝으면 철학을 손에 쥐는 문사철(文史哲)의 조화와 넘나듦이 학문의 기저로 되었다. 다산도 마찬가지였다. 통철한 학문은 예리한 문장력 문학사상으로 이어져 독소와 같은 시문을 썼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러한 상상력에 의해 쓰여진 오언고시풍으로 읊었던 둘째수를 번안해 본다.

홀로 웃다(獨笑)로 번역해본 장율(長律)인 두 번째 구 오언배율이다. 작자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으로 오랜 시간 동안 겪어야 했던 귀양살이를 말하게 된다. 이 귀양살이는 깊은 좌절도 안겨주었지만, 최고의 실학자가 된 밑거름이 되었다. 이는 정치적 탄압과 하늘 뜻이라는 학문적 업적으로 받아들여 금자탑을 쌓았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집안에 완전한 복을 갖춘 집 드물고 / 지극한 도는 늘상 쇠퇴하기 마련이며 / 아비가 절약하면 아들은 방탕하고 /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바보이니]라는 시상이다. 다산실학사상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는 자신의 인격수양으로 시작하는 학문이어야 된다. 둘째는 주자의 성리학을 비판하고, 공자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원형 정신이다. 셋째는 실학의 핵심인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학문이어야 한다. 이와 같은 학문적 바탕이 오늘날을 보는 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어지는 시인의 ‘독소(獨笑)’는 완전하게 복을 갖춘 집은 드물고, 지극한 도는 늘 쇠퇴하기 마련이라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인간 조화는 늘 파도와 같은 것이라고 했으니… 그러면서 화자는 아버지가 절약하면 아들은 방탕하고,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어리석다는 상반된 구조현상을 관찰한다. 인간의 느낌과 표현은 서로 다를 수 있는데 시인은 이를 과감하게 표현했다. 후구로 이어지는 시인의 상상력은 [보름달 뜨면 구름 자주 끼고 / 꽃이 활짝 피면 바람이 불어대지 // 세상일이란 모두 이런 거야 / 나 홀로 웃는 까닭 아는 이 없을걸]라고 했다. 인간관계와 자연현상과도 상관을 맺는다.

【한자와 어구】
家室: 집안. 少: 작다. 드물다. 完福: 완전하게 복을 갖추다. 至道: 지극한 도의. 常: 항상. 늘상. 陵遲: 크게 더디다. // 翁嗇: 아버지 절약하다. 늙은이가 절약하다. 子每蕩: 자식을 늘 방탕하다. 婦慧: 아내가 슬기롭다. 아내가 야무지다. 郎必癡: 신랑은 반드시 어리석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 한국문인협회 회원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