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113】

사람은 똑 같은 일의 반복을 싫어한다.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미래지향적인 삶을 원한다. 그러면서 반복적인 생활에 익숙하면서 양자 병행의 길에 선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서… 인생살이를 꽃에 비유하는 선현을 만난다. 오늘 핀 꽃이 내일도 피지 않는 것은 두 아침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상의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착상을 한다. 우리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뜻으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木槿(목근) / 고산 윤선도
꽃이 피고 지는 것은 두 아침 싫어서겠네
날마다 새 해님을 향한 꽃만 있다면
세상의 옳고 그름을 그 누가 분별할까.
甲日花無乙日輝 一花羞向兩朝輝
갑일화무을일휘 일화수향양조휘
葵傾日日如馮道 誰辨千秋似是非
규경일일여풍도 수변천추사시비

사전적인 의미인 무궁화(木槿)로 번역되는 어휘이나 시의 흐름은 다른 칠언절구다. 작자는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1587∼1671)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시인이다. 치열한 당쟁, 임진왜란으로 국가가 피폐하고 민심이 흉흉한 시기였지만 한시와 시조에 뛰어나 정철과 더불어 조선시가의 쌍벽을 이룬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오늘 핀 꽃이 내일까지 빛나지 않는 것은 // 한 꽃으로 두 아침 햇살 보기가 부끄러워서겠지 // 날마다 새 해님 향해 고개 숙이는 해바라기만 있다면 // 세상의 옳고 그름을 누구 있어 분별할까요]라는 시상이다.

윤선도는 치열한 당쟁의 시기에 인생 대부분을 유배로 보냈다. [어부사시사]는 67세 이후 보길도에서 노년을 보내면서 쓴 작품인데 춘하추동 각 10수씩 총 40수로 된 연시조인데 후렴구를 제외하면 3장 6구의 시조 형식이 되는 노래다. 기교면에서도 대구법 처리나 자연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상의 전개, 그 시상 전개가 펼쳐 보이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주목된다.

시인은 세속의 욕구에 초연하여 강호에서 누리는 넉넉함과 아름다움에 집중하여 기쁨과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음을 표현한다. 그는 어부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랐고 익숙하기 때문에 어부의 생활을 구체적이며 사실적으로 나타내며 가사문학을 완성했다. 그러면서도 한시에도 능통하여 많은 시문을 남겼다.

화자는 오늘 핀 꽃과 내일 핀 꽃이 빛나지 않는 것은 두 아침을 보지 않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래서 해바라기처럼 고개만 숙인다면 세상의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할 것이라는 미래지형적인 한편 시의 탄식을 듣는다.

【한자와 어구】
甲日: 오늘. 花: 꽃 無: 않다. 乙日: 내일. 輝: 빛나다. 一花: 한 꽃. 羞: 부끄러워하다. 向兩朝: 두 아침을 향하다. 輝: 빛나다. // 葵: 해바라기. 傾: 향하다. 日日: 날마다. 如馮道: 도로변에 의지하다. 誰: 누가. 辨: 판단하다. 千秋: 오랜 시간, 여기선 세상. 是非: 옳고 그름.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 한국문인협회 회원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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