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을 넘기니 완연한 가을입니다. 시월은 아침저녁의 찬 기운으로 발밑의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릴 수밖에 없는 날씨가 계속됩니다. 날씨가 이러니 대학생이 된 제 딸 고등학생 때처럼 또다시 극성입니다.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고, 과 아이들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조용히 휴학을 권해봅니다. 펄펄 뛰다가 은근히 휴학을 원하는 심사를 드러냅니다. 하지만 이젠 제가 나서서 학교를 드나들 수가 없네요.

스무 살, 무한한 책임이 따르는 나이를 아이가 견디기 힘들어 하네요. 아, 어찌할까요? 스무 살만 되면 모든 게 수월해질 거라 안심했던 저는 갑자기 닥쳐온 혼돈 앞에 망연하기만 하네요.

<< 아가야, 어서 스무 살이 되렴>>

숱한 기억의 강을 거슬러
이번에는 결코 실패하지 않으려
물살이 세지 않은 곳
떠내려가지 않을 곳
숲 안 자그만 웅덩이에
나는 아기를 낳았네

옛날의 상처를 기억하며 이번에는
나뭇가지에 아기 주머니를 걸어놓았네
수면을 흔드는 바람에 흐르지 않게!

아가야, 따뜻한 웅덩이에 조금만 머물러 주렴
이제 너의 다리가 나오는
스물이 되어가고 있구나
그때가 되면
그때만 오면

이런 기대의 시를 썼었는데, 내 아가는 스물이 되었지만 또다시 열아홉, 열여덟의 방황을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오늘 아침, 침대 위에서 아기처럼 앵앵거리는 딸을 놓고 일하러 나왔네요. 밉고도 예쁜 딸 다른 아이 키우는 거의 몇 곱절 힘든 딸!!

“그래도 너는 나의 보석이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영롱한 빛의 보석이다.”

조연재
서울 서초동 소재
조연재 국어 논술 교습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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