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일현
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치는 참으로 오묘하다. 모든 일에는 상대성이 있고 장점과 단점이 있으며 결과 또한 다 좋고 옳을 수만은 없으니 말이다. 요즘 농촌을 가면 어느 곳을 막론하고 농민들의 한숨과 탄식이 있다. 수확철을 맞아 다 익고 여물은 과실과 곡실들을 산돼지와 고라니, 노루에게 다 빼앗기고 하는 원망의 소리인 것이다. 봄에는 싹을 잘라먹고 크는 섶을 베어 먹더니 이제는 열매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대 농사자체를 망쳐내는 정도가 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보호, 동물보호” 개념만으로 일관할 뿐인 정부의 정책과 규제 때문에 피해농민들은 맘대로 포획도 못하고 충분한 피해보상도 못 받는 게 현실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산돼지와 고라니, 노루가 주는 농작물에 대한 피해정도가 생각보다 크고 방대하다. 둘째, 그런 피해에 대한 방지대책이 너무도 미약하고 피해농작물에 대한 정부의 보상대책이 형편없이 부족하고 까다롭다. 셋째, 천적이 없는 탓에 개체수가 너무 늘어났고 번식이 빨라서 이젠 그 수가 지나칠 정도가 되었지만 정책의 변화가 없다. 넷째, 환경단체나 동물애호가들의 주장과 논리에 비하여 피해농민들의 주장과 요구는 경시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다섯째, 이같이 전국의 농가와 농민의 원성이 높고 많아도 뚜렷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정책당국이 문제다.

사고의 전환과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모든 일에는 특히 정책은 시대상황에 맞는 기준과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자연보호, 동물보호” 차원에서 정부가 전개하고 유지해온 산돼지와 고라니, 노루에 대한 정책은 그만한 이유와 타당성이 있었고 결과 또한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정책적 변화를 가져올 때가 되었다. 따라서 현재까지 고수해왔던 사고를 전환하여 새로운 개념으로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해야만 국민적 호응과 정책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부는 정책적 결단을 해야 한다

첫째, 현재 농민들이 겪고 있는 피해상황을 정확하게 조사하고 현실성 있는 방지대책과 피해농작물에 대한 충분한 보상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둘째, 정부는 전문가들과 함께 이들 동물들에 대한 현재의 개체수를 조사하고 계속 보호정책을 할 것인지 조절정책을 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셋째, 현재 농민들은 이들 동물의 수가 너무 많고 득보다는 해를 더 많이 주는 위해동물로 지목하고 있다. 따라서 피해농민들에게 직접 퇴치할 수 있는 권한과 기회를 주고 기구사용을 허락해야 한다. 이 때 우려되는 사항은 당국이 감독하고 농민과 합심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다. 넷째, “천적이 없는 관계로 이들 동물들의 개체수가 늘어남으로써 농작물 등의 피해는 늘어나고 영역싸움에서 밀려난 해당 동물들은 생존에 위험을 느끼고 있는 것이 현상”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사람이 천적의 역할을 해서 산돼지와 고라니, 노루의 개체수를 적정수준으로 조절해주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되고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기르고 있는 한우도 적정한 두수 유지를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암소를 줄이지 않았는가? 산돼지와 고라니, 노루의 개체수를 조사해 적정수준으로 유지해주는 정책은 피해농민들을 돕는 동시에 해당 동물들의 생존여건을 만들어주고 생태계 보존을 돕는 이중 삼중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산돼지와 고라니, 노루의 개체수를 적정수준으로 조절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강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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