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물든 가을 단풍이
봄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말은 재고되어야 한다
떨어진 봄꽃은 빗자루에 쓸리지만
떨어진 단풍은 책갈피에 끼인다고
어떻게 황혼이 청춘보다 아름다울까
청춘은 야망이고
황혼은 노망이라면서
가을비가 한 번 지날 때 마다
이겨낼 수 없는 추위에 소멸해 가는 것이
황혼이라면서
어떻게 황혼이 청춘을 이긴다할까
< “황혼” . 조 연재 >

서울은 토요일부터 조석 기온은 팍 떨어져 이제는 밤에 창문까지 닫고 잡니다. 자고 일어나도 몸이 찌뿌듯하고 365개의 뼈마디가 바사삭 소리를 내던 간밤에 한 편의 시를 씁니다. 먼 곳 어느 한적한 산장에서 나처럼 늙어가는 쓸쓸한 산장지기의 마음에 지필 장작불처럼 따뜻한 시를 쓰고 싶었는데 의도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제 나이도 이제 양보할 수 없는 쉰을 바라봅니다. 곳곳에서 가을을 타는 영혼들이 저녁에 한 잔 할래? 하고 청해오는 건 사람의 마음을 다치지 않는 저의 오랜 내공 때문인 거 같아요. 실제로 저는 제 마음을 잘 다치지도 남의 마음을 상하게도 안하려고 무진장 애를 쓰면서 살아가요. 아무리 힘들어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밤을 꼬박 새워서라도 일을 하고, 욱신거리는 몸을 안고 잠들 때가 많아요. 누군가의 자극을 받아도 굼벵이처럼 꿈틀거리며 느린 촉수로 한없이 더듬어 보지요. 즉각적으로 분노를 터뜨리고 자기감정을 모두 활활 태우거나 드러내는 행동을 절대로 하지 않죠. 그러면 정말로 많이 실수를 줄일 수 있어요.

옛말이 있지요. 참을 인자가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고. 뭘 정확히 참아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제 생각엔 말부터 참으면 되는 거 같아요. 상대의 말을 들은 즉시 즉각적으로 반응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 같아요. 한번 듣고 한번 생각하고 말하기 전에 한번더 생각한 후 입 밖으로 발설하는 것. 그러면 세 번 호흡을 고를 수 있어요. 그래서 젊음보다 황혼이 아름다운 거 같아요. 늙어지면 몸과 입이 느려져요. 제 시는 역설적으로 쓰여진 시입니다. 한 번 읽으면 청춘이 황혼보다 아름답고 황혼을 이기는 게 청춘처럼 보이지만요, 곱씹으면 책갈피에 곱게 끼우는 잘 말린 단풍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세월이 갈수록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거 아니겠어요?

우리 집은 동국대학교 문예창작 시 창작 대학원에 다니는 만학의 어머니인 저, 서울대학 자유전공학과 심리학 전공하는 아들, 한양여대 항공관광학과를 다니는 고운 딸 이렇게 셋이 살아가는데요. 제 아들은 제 성격과 거의 똑같아 우리는 백 날이 가도 천 날이 가도 의견이 갈리거나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아예 없어요. 딸은 약간 다르지만요, 아들인 오빠랑 엄마인 제가 딸의 마음을 헤아리려 많이 노력하지요. 셋이 공부하느라 여유가 없어도, 서로 서로 조금씩 벌고 아껴 쓰고 살아가니 시간이 차차로 흐르고 있네요.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요 오늘보다 행복한 내일을 욕심내지 말고 오늘 하루, 한 시간, 매초를 행복하게 지내면서 살아가요. 

조연재
서울 서초동 소재
조연재 국어 논술 교습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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