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더운 날은 지금 같은 7월말 경부터 8월 첫 주 인 거 같습니다. 5월말에 수술을 하고, 긴 장마 같았던 ‘메르스 전염병 기간’을 지나 두 달 만에 어머니 수술했던 병원을 모시고 갔습니다. 작년 겨울 형편이 어려워져 승용차를 팔아 버린 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저는 어머니를 아침 9시 반 진료시간에 대드리기 위해 전날 밤 미리 수원의 어머니 집으로 갔습니다. 아침 5시 반에 눈을 뜨신 어머니의 부스럭거림에 저도 일어 나 우리는 최대한 빨리 준비를 하고, 6시 반에 집에서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죽전역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갈아타고,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2시간 만에 경희 의료원에 당도했습니다. 어머니는 힘드셨지만 지친 기색을 감추셨고, 저는 어머니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재미도 꽤 괜찮았습니다. 뜨거운 더치커피 한 잔을 이열치열로 마시고, 9시 반이 되어,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가족을 대표한 저는 어머니를 진료실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선생님과 독대하였습니다. 일단 예방적 차원의 2차 개복수술인 간과 림프절 절제술에 대해 수술거부의사를 말씀드렸습니다. 그 다음 소극적 차원의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도 모두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도 이런 저의 의견에 덤덤하고도 호의적으로 받아들여 주셨습니다. 어머니 상태가 어떠냐고 여쭙길레, 한 번 얼굴을 뵈시게 해 드렸더니 좋아 보인다고 말씀하시고 어머니를 곡진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앞으로는 어머니 몸 스스로 가지고 있는 면역력으로 당신 몸속의 질병들과 싸워나가야 하는 당면과제를 만났습니다. 이제 그 어떤 고통 앞에서도 당신이 당당히 맞서기를 기도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우리는 4시간이 넘는다는 수술대에 어머니가 다시 눕는 것이 고통스러웠고, 두 달여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당신의 병명에 대해 정확히 인지시키지는 못했지만, 당사자인 어머니와 아버지의 뜻은 충분히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들 스스로 하시는 말씀 중에, 설혹 암이 온다 해도 나이 들어서 암도 빨리 진행하지 못하니, 암이라 해도 수술하지 않겠다, C.T촬영이니 뭐니 하는 병원적 검사나 치료를 하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을 누차 하십니다. 또 얼마간의 시간들을 보내면서, 다른 사람들의 Case등을 지켜보면서 우리도 어떤 행동 양식을 취해 가게 되겠지요! 어머니의 집도의 선생님은 어머니 사시는 아주대 병원에 가서 가장 소극적 대처 방법으로 3개월에 한번씩 폐CT와 복부CT라도 찍어 보라 하십니다. 경희 의료원의 유명한 부인과 교수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오전 진료가 10시에 끝났지만, 자그마치 오후 2시 반까지 병원내 외에서 시간을 죽이며 기다렸다 진료하였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산정 특례’를 적용받아 수술비의 일부를 환급 받고자 하였으나, 절차와 기한 내 등록을 못한 이유로, 소급 적용이 불가하다고 하여 건물 두 세 개에 펼쳐져 있는 유관 팀들을 쫓아 다니며 해결하기 위해 기를 썼습니다. 어머니 혼자 채혈을 다녀오시고, 오후 진료까지 마쳤습니다. 휴대폰 과다 사용으로 밧데리가 방전되어 편의점에 충전을 맡기고, 어머니와 나란히 병원 내 커피 전문점에서 버블 티와 흑임자 빙수를 마시며 쌓인 피로를 잠깐 풀었습니다. 병원 문을 나서 다시 회기역 가는 마을버스를 시작해, 1호선, 4호선을 갈아타고, 사당역으로 모시고 와서 수원 가는 좌석버스에 어머니를 태워 드리고 저도 흑석동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길고 긴 장정이었습니다. 집에 오니 아들이 청국장찌개를 끓여 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맛의 여부와 관계없이 단지 허기와, 내 작은 연인의 사랑만을 반찬 삼아 허기를 달랬습니다. 어머니 집에서는 큰 오빠가 서울로 올라 오셔서 어머니 드실 죽을 준비해 놓고 기다린다는 전달을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버스 정거장에서 늙은 아내를 기다리기 위해 서성거리고 계신다는 오빠의 메세지도 받았습니다. 일곱 빛깔 무지개의 프리즘처럼 하루가 추억의 페이지로 넘어갔습니다.

조연재
서울 서초동 소재
조연재 국어 논술 교습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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