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분침이 여인의 하이힐 발자국처럼 또각또각 새벽 2시로 달려가는 시간입니다.

조금 전 맹렬하게 한 사람과 감정의 각을 세우다가 컴퓨터로 달려왔습니다. 이럴 땐 더욱 생각나는 내 어머니, 나즉히 제가 부르면 수원의 작은 아파트에 노곤한 몸을 누이셨을 어머니 당신 귀에 나의 따뜻한 이 목소리가 들릴까요?

당신이 편찮으시기 전까지 그저 무심히 당신 “나이”를 잊고 지냈지 뭡니까?

그저 막연히 살아오신 날보다 살아가실 날이 더 짧을 거라는 가벼운 절망만을 안고 살았던 저는 이제야 당신의 존재가 너무나 귀하고 소중한 것이었다는 것을 뼈가 저리게 깨닫고 있습니다.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곳으로, 모습을 뵐 수 없는 곳으로 절대로 보내드릴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이 듭니다.

당신은 저 남쪽 끝 고흥반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왈가닥 소녀로 자라셨다 했습니다. 일찍이 장사에 능통하신 외할아버지의 재능을 닮아 장작을 묶어서도 팔 줄 아시고, 한복을 지어서도 팔 줄 아셔서 처녀였을 적에도 당신 돈을 만들어 놓고 사셨던 참 야무지고 당차고 당당한 아가씨였다 하셨죠?

어머니 수중에 돈 떨어지는 일없이 늘 돈관리가 정확하신 당신은 내 어머니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도 참 배울점이 많은 사람이에요. 나는 내가 당신의 딸이라는 게 세상에서 가장 큰 자랑거리고 저의 자신감이랍니다. 어머니는 절대로 그것을 잊지 마세요. 앞으로 남은 생 동안 건강관리도 지금처럼 철저하게 잘 하셔서 이렇게 당신밖에 모르고 당신께만 기대어 사는 이 딸이 당신을 보내드릴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길 때까지 꼭꼭 기다려 주신다고 약속해 주세요.

어머니, 여름이 오면 이제 다리 아픈 거 조금 참고 가벼운 기차 여행이라도 저랑 꼭 같이 해 주세요. 여행이 피곤하지 않으시도록 제가 최선을 다해 도울게요. 어머니 가방 다 들어 드리고 영양 보충할 맛있는 요리 사드릴 돈도 이번에는 제가 다 준비 해 놓을 게요. 시원한 온천도 해 드리고 달달한 빙수도 마음껏 먹자구요. 늘 당뇨 때문에 음식을 가리시는 어머니, 제가 배운 자연 치유, 자가 치유로 적어도 세 가지 병은 꼭 낫게 해 드릴게요. 당뇨와 고혈압 그리고 다리 아프신 그 증상은 말끔히 없애 드릴게요.

제가 당신을 위해 시간을 내어 당신이 저에게 치료 받는 동안 따뜻한 마음이 가득 들게 해 드릴게요. 절대로 당신을 위한 시간을,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시간과 비교하지 않을 게요.

바쁘다는 가장 흔한 핑계를 대어 어머니 돌보는 일을 게을리 하는 일은 절대로 저지르지 않을게요.

어머니, 너무나 똑똑한 내 어머니, 당신께 한글을 가르칠래요. 조금씩조금씩 가르쳐서 새로운 세상에 눈뜨게 해 드릴게요. 내일부터는 당신께 가장 알맞은 교재를 서점에 가서 골라 볼래요. 어머니 당신은 당신을 너무나 예뻐하고 너무나 사랑스러워하는 이 막내딸의 부탁을 들어주셔야 해요. 한글을 받침까지 자유자재로 쓰시게 되면 우리 함께 어머니의 자서전을 완성 해 가요. 처음 시집오시던 날, 첫 아들을 낳으셨던 날, 아버지랑 부부싸움 하셨던 날, 당신은 모두 기억해 내셔야 해요. 오늘까지는 편했다, 울 엄마. 그죠?! 이제 호랑이 선생이 하루에 한 사건씩 쓰자 할 거니까 많이많이 쉬어 두세요. 그렇다고 너무 겁먹지 말아요. 살살 갈게요.

하지가 지나가는 새벽에 어머니 생각으로 편지를 씁니다. 마음 다 바쳐 사랑합니다.

조연재
서울 서초동 소재
조연재 국어 논술 교습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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