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저희 6남매는 수원 이의동의 밥집에 모두 모였습니다. 오랜만에 담양에 사는 큰언니도 형부와 딸을 대동하고 오셨습니다. 큰오빠도 동부인하고 오셨습니다.

긴 긴 시간 우리는 모두 엄청난 혼란과 고통의 도가니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동안 친정어머니는 담낭 쇼크로 응급수술을 받았습니다. 담낭 전체를 절제하고 나서 제거된 담낭 속 3센티 정도의 종괴를 의료진들은 조직검사 했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수술을 집도했던 대학병원 교수는 일흔일곱의 노모에게 2차 개복수술을 권하고 있습니다.

이유인즉슨, 담낭암 2기의 경우, 다른 장기로 전이될 가능성을 7~80%라고 말합니다. 담낭의 근육에까지 암 조직이 진행된 상태를 의학적 개념으로 “담낭암 2기”라고 말합니다.

우리 상식으로 물론 이해가 안됩니다. 이미 담낭이 없는데 어떻게 전이가 되는지?

인터넷 포털 회사에 다니는 남동생은 인터넷 정보를 하루 몇 시간씩 뒤져서 가족밴드에 올리곤 했습니다. 의약품 관련 회사에 22년째 다니는 오빠도 혼란스러워 하기는 매한가지 입니다. 가족 전체가 엎치락 뒤치락 의견을 나눕니다. 가족 대다수는 일단은 PET.CT를 찍는 것에 동의를 했습니다. 작은언니와 저는 그마저도 반대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수술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PET.CT를 찍어서 새로운 암을 발견한들 큰 의미가 없으며, 검사시 받아야 하는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엄마는 혈액이 모자라 한번씩 채혈을 할 때 엄청나게 고통받습니다. 또, 방사선에 노출하여 면역체계만 더 무너뜨릴까 두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들의 생각을 일단락 짓고 모두 엄마집으로 몰려갔습니다. 엄마는 크게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저번 날 수술과 회복기간에 못 찾아뵀던 큰언니 가족이 방문한 거 외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나 봅니다.

가족회의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엄마와 잔잔한 통화를 하며 엄마의 바람이 무엇인지 읽어 봅니다. 혹시나 자식들의 판단만으로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엄마와 신중을 다해 대화 합니다. 9년 전 경부암 수술 후, 마흔 여덟 차례의 방사선 치료를 받으셨어도 머리카락 한 올도 안빠지셨던 어머니. 제가 넌즈시 여쭈어 보니, 당신 연세 잡수신 건 “인지”못하시고 지금도 “까짓 병”하며 자신감을 비치십니다.

생존률을 아무리 높여주는 수술이라 할지라도 일흔 일곱의 어머니를 다시 수술대에 앉힌다는 결심이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엄마의 “여명”에 대해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해 왔는데 우리 가족 모두가 진지하게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여섯 남매를 위해 일생을 헌신만 해 오신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모두가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이제 우리에게 당신과 함께 할 “아름다운 시간”을 선물하신 거 같습니다. 우리는 이제 ‘돌아가면서’ 엄마를 자주 방문할 것이고, 가정 내 “자가 치유”와 “자연 치유”를 결코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농약 치지 않은 과일을 자주 사다 드릴 것이며, 담낭이 없으신 어머니를 위해 기름진 고기보다 담백한 오리고기를 사다드릴 것입니다.

이렇게 어머니의 일상에 깊이 끼어들어 오늘 당신이 무슨 드라마를 보셨는지 여쭈어 볼 것이며, 동네 어떤 아줌마가 엄마를 기분 상하게 했는지 대신 쫓아가 드릴 것입니다.

피부에 닿아도 해가 없는 세제를 사다 드릴 것이며 옛날 풍경이 나오는 영화가 걸리면 손잡고 극장에 꼭 갈 것입니다. 이제 우리 큰 욕심 안내고 앞으로 한 7년쯤만 엄마의 토끼들이 제 나름 제 방식으로 효도할 시간을 꼭 주실거라 바라고 또 믿습니다.

조연재
서울 서초동 소재
조연재 국어 논술 교습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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