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어버이날이다. 오늘 아침 분주히 움직이는 중에 요란한 카카오 톡 알림음이 일손을 잠시 멈추게 했다. 작은언니, 우리 집 둘째 언니가 육남매를 모두 불러들이는 단톡, 일명 단체 카카오 톡 방 초대였다. 오늘이 바로 친정어머니 병원에 체크하러 가시는 날이다. 지난주에 어머니께 이번에도 또 자기가 모셔가야 되느냐고 엄마 가슴에 방망이질을 심하게 해 논 상태였다. 수원의 우만동에서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있는 대학병원까지 혼자서 버스, 지하철을 갈아타고 또 병원에서 “이리가라 저리가라” 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이시다. 배움이 짧아서 모든 게 두려움의 대상이시다. 내 고향 전라도에서 생겨 난 재미있는 말, “방안 퉁수”가 바로 우리 엄마이시다. 어머니는 잘 나가는 남동생에게 전화를 걸어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셨나 보다. 어머니는 동생에게 슬쩍 심통이 나셨던 게다. 내 남동생은 세 살 꼬마까지 아는 유명한 인터넷 회사에 다닌다. 동생은 자주 처와 아들 장모님, 혹은 처남 가족하고 자주 여행을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 어머니는 약간의 질투를 하신다. 다른 어떤 자식보다 눈물로 키운 막내아들, 대학원 등록금을 마련해 주시기 위해 당신 생애 60년 만에 아버지가 사주셨던 두 냥짜리 금목걸이를 파시며 “다음에 꼭 니가 다시 해주라이~~” 하셨었는데 그 뒤로 영영 금목걸이를 다시 거실 수 없었다. 어머니는 노인들 모아놓고 물건 팔아먹는 사기집단에 가서 금칠한 목걸이를 20만원에 사서 당신 손으로 걸었다. 동생은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엄청난 학비를 대출 받았고 어머니 아버지는 아주 오랫동안 그 대출금을 긋느라 고생 고생하셨다. 그런 감정의 잔 찌꺼기들이 해소될 수 있는 단 한 번의 역사적 물리적인 되돌려드림 없이 세월이 무수히 이렇게 흘러 와 버렸다. 나 역시 부모님께 불효가 큰 딸이지만, 돈 5만원을 들고 가서라도 아버지 주머니에 쑤셔 넣어 드리고, 비린내 나는 추어탕도 자주 사드리는 편이다. 또 우리 어머니가 이 자식 저 자식 서운해서 전라도 걸진 욕설로 닦아세우면 옆에서 거들어도 드리고 이해도 시켜드리는 딸이다. 그래, 나에게 수백만원 수천만원을 뜯겼는데도 여섯 자식 중 니가 젤루 이쁘다고 칭찬 칭찬 하신다.

정말로 실제로 나는 돈이 10만원만 여유가 생겨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우리 엄마다. 엄마라는 단어만 나와도 울고 엄마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보면 소낙비처럼 눈물을 쏟는다. 착하고 모질지 못한 우리 어머니가 묘할 정도로 자식들의 물질적 섬김을 못 받는 편이다. 물론 다른 부모와 상대적으로 비교해서 그런 것이지만 당신들의 피 눈물나는 희생에 비례해 우리 육남매는 너무 제 갈 길만을 가는 편이다.

부모를 나 몰라라 하는 자식들도 많고 부모 재산을 노리는 패륜도 득세하는 세상이지만, 나의 부모님은 바른 길만을 걸어 오셨고, 당신들의 육체를 우리의 자양분으로 기꺼이 내 놓으신 세상에 다시 없는 분들이므로 우리 6남매 만큼은 서로 효도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9년 전 암수술 후 당신의 강한 의지로 모든 음식들의 나쁜 유혹을 물리치시고 자기관리를 해 오신 내 어머니. 살아 계시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내 어머니.

그 어머니 병원 모시고 가는 일로 6남매가 분쟁하고 한 자식이 서운 해 펄펄 뛰고, 자기 사는 거 바빠 어머니 병원 다닌다는 사실 조차 잊고 사는 자식들.

사는 거 바쁘다는 핑계 얼마나 옹졸하고 유치한 변명인가?

얼마나 뜻있게 산다고, 누구를 위해 산다고, 열 달 몸 안에 담았다가 꺼내놓고도, 나이 마흔이 다 될 때까지 온갖 공력을 다 쏟으신 내 어머니, 죄송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용서하지 마십시오.

조연재
서울 서초동 소재
조연재 국어 논술 교습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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