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현수한국농어촌공사 홍천·춘천지사장
지난 7월 18일 정부는 쌀 관세화 유예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며 내년부터 쌀을 관세화하기로 발표했다. ‘94년 UR협상 체결 후 20년이 지난 시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UR협상 후에도 쌀은 예외적으로 특별 취급을 받아 UR협상 뿐 아니라 ’04년 재협상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관세화를 유예하고 그 대가로 의무수입물량(MMA) 증량을 해 왔었다. 그 결과로 의무수입물량은 점차 증대하여 ’95년 시작 시 5만1천톤에 불과했었지만 올해는 40만9천톤에 이르러 ’13년 기준 전체 쌀 소비량의 9%에 이르게 되었다.

쌀 관세화를 반대하는 입장에 따른다면 재협상을 하여야 하지만 이 경우 WTO회원국의 동의와 지금보다 더 많은 의무수입물량 증량이 뒤따르는데 이는 정부 및 농민에게 상당한 대가 및 부담으로 돌아올 수가 있다. 실제로 필리핀의 경우 관세화를 더 미루기 위해 2017년까지 5년간 의무면제 받는 조건으로 의무수입물량을 현재의 2.3배 증량과 관세율 감축 등 많은 대가를 지불하였다.

정부는 필리핀의 경우처럼 “쌀 관세화 유예”로 인한 부담보다는 차라리 관세화를 하는 것이 외국 쌀 수입을 최소화하여 국내 쌀 시장을 보호하고 쌀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판단하여 관세화를 선택하였다. 이미 관세화한 일본, 대만의 경우를 보더라도 관세화 후 고율관세로 수입되는 물량은 연간 500톤 내외로 자국 쌀 산업에 위협이 되고 있지 않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정부정책의 결정에 앞서 충분한 설명 및 여론수렴을 거치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농민 등 이해관계자·전문가·관계부처 등과 추가논의 및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하여 정부입장을 결정하였다고는 하지만 정부발표 후 사회동향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정부의 쌀시장 전면 개방에 대해 국민 동의를 충분히 구하지 않았다”가 69.8%, “쌀시장 전면 개방에 대해서는 식량주권의 문제이므로 전면개방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56.3%로 나타나 국민에게 충분한 설명 및 이해를 구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위와 같은 국민의 불안 및 우려에 대한 대책으로 우리나라 쌀 산업의 장기 발전과 지속가능성 제고, 성장 잠재력 확충 방안을 포함한 쌀 산업 발전 방안을 마련하여 제시하였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쌀 농가소득의 안정을 위해 쌀 직불제 등 소득 안정 장치의 보완, 쌀 전업농 육성·생산기반 정비 및 기계화 등으로 생산성의 향상, RPC(쌀 가공시설)와 들녘경영체를 연계하여 쌀 생산과 유통의 혁신을 통한 쌀 산업의 경쟁력 향상, 수출 확대와 쌀 가공식품 및 기능성 제품 개발에 주력하여 우리 쌀에 대한 수요를 창출, 향후 수입산과 국내산 쌀의 혼합을 금지 및 부정 유통 방지, 농가 소득안정과 복지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등 크게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도 위 정부 대책에서 제시된 쌀 전업농 육성, 생산기반 정비, 기계화 등으로 생산성의 향상과 농지은행 사업을 통한 농가 소득안정과 복지 확대 등 농촌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쌀 관세화”로 우리 농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두려움에 빠져 아무 방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시간을 허비한다면 이는 반드시 실패로 갈 수 밖에 없다. 정부 및 각 농업관련 기관과 농민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한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해 나간다면 417년 전 울돌목에서 12척의 배를 가지고 330척의 왜적을 무찌른 명량대첩처럼 우리 농업도 지금의 이 위기를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고통스럽지만 값진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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