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기관에서 서울의 2개 초등학교 2학년 4개 학급 학생 121명과 학부모 86명을 상대로 놀이 실태와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1시간 이상 노는 날이 며칠이나 되는지 묻자 부모들은 68.6%가 “(자녀 나이 때) 매일 놀았다” 18.6%는 매주 3~4일 1시간 이상 놀았다고 답했다.

10명 중 9명은 거의 매일 1시간 이상 놀았던 셈이다. 아이들은 매일 1시간 이상 놀았다는 답이 121명 중 25명(20.7%)에 그쳤다. 부모세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 이유가 뭘까? 과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자주 했던 말 하나가 떠올랐다. ‘놀지 말고 공부해라’. ‘논다는 것’과 무엇을 배운다는 ‘교육’은 반대의 뜻을 가졌거나 전혀 관계가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학벌지상주의와 무한 경쟁사회에서 ‘논다는 것’은 패배며 뒤쳐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더불어, 산업화, 도시화 현상에 따른 놀이공간의 축소, 어른들의 무관심, 영상매체, 저급한 사이버문화 범람으로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놀이’라는 개념은 한층 더 많이 밀려나게 되었다. 또한 건전한 놀이공간의 부족으로 함께 어울림 속에서 형성되어야 할 올바른 인성과 자아존중감은 물론 친사회성 마저 잃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위기의식에 호응이라도 하듯 올해 초 보수와 진보 교육감·지방자치단체장의 위치를 떠나 ‘놀이 결핍’이 우리의 미래 사회에 대한 위험신호이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놀이도 교육’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도 그럴 것이 놀이를 아동의 지적 발달과 관련시켜서 해석한 대표적 학자인 피아제는 “놀이는 아동의 경험을 능동적이고 즐겁게 종합하는 과정으로 아동은 여러 가지 놀이를 통해서 세계를 경험하고 가장 순수하게 동화와 조절을 이루어 나간다”고 하여 놀이의 교육적 기능을 강조하였다.

특히, 민병희 교육감은 “학교는 놀 곳과 놀 친구가 있기 때문에 공부 시작 전 30분, 2시간 수업 후 30분, 점심 먹고 30분 정도 놀이시간만 확보해주면 된다”며 놀이교육에 있어 적극적인 대안으로 학교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본 교사는 ‘놀이 교육’에 관한 고민을 하던 중 우리민족에게 전통 생활 문화로 계승되어 오면서 여가 활동, 흥미, 사회성, 운동성 등을 내포하고 있고, 기초 운동 능력과 더불어 인지적, 정의적 영역의 내용 요소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래놀이(놀이를 미시적으로 본 전통놀이와 거시적으로 본 민속놀이를 모두 일컫는 말)에 집중해 보게 되었다. 그래서 학교 일과 중 자투리 시간 100분(2교시 후 20분의 중간놀이 시간, 4교시 후 40분의 점심시간, 방과 후 40분의 놀이시간 총 100분)과 연계한 『100분만에 만들어 지는 전래놀이 오곡밥』 이라는 프로젝트를 구안․적용시켜 보았다. 상설 놀이터를 만들고, 매일 매일 프로그램을 달리하며 운영해 보았다.

게다가, 우리 학교는 산간벽지로 천혜의 자연 환경이 학교를 둘러싸고 있다. 살아있는 자연생태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곳이란 뜻이다. 그것에 덧붙여 동물농장과 자신만의 텃밭을 만들어 주었다. 우리 아이들만의 특별한 놀이 공간을 확보해 준 셈이다.

결과는 굳이 연구 보고서를 인용하지 않아도 현 우리 학교 아이들의 삶과 생각이 모든 결과를 말해 주고 있다. “태어나서 이런 건 처음 해 봐요.” “오늘은 또 무슨 특별한 프로젝트가 있어요?” “방학 때도 계속 학교 나오면 안돼요?” 그야말로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행복한 학교로 변모되어진 것이다. 학교가 교과서, 시험지로 아이들을 가둬 놓는 곳이 아닌 참된 교육적 놀이터라는 인식의 전환이 확실히 이루어진 것이다.

현대 산업사회의 정신적, 도덕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이 요청되고 있다. 자기중심주의에서 탈피하여 협동과 상호존중을 지향하는 참다운 인성을 기르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친사회적 도덕적 공동체를 만들어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국민 개개인중심의 정부 3.0과 맞물린 교육부 3.0에서도 수요자 중심의 행복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그에 따른 참 해법이 무엇일까? 그건 다름 아닌 놀이 시간과 공간 확보를 통해 참된 놀이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곳, 바로 학교가 행복 교육의 참살이터가 되어야 함을 그 어느 때 보다 확신해 본다.

장대희
홍천 화계초등학교 노일분교장 부장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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