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만/ 홍천홍보대사.
전 국민권익위 대변인

영화 대부(the godfather)는 이탈리아 시실리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마피아의 대부가 된 돈 꼴레오네 가문의 일대기를 다룬 명작이다. 미국 정치학자 감베타의 '마피아 연구'에 의하면 마피아 조직은 공적 신뢰가 낮고 사적 신뢰가 높아 사적인 친분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연줄사회 문화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역설한다. 이러한 마피아 조직의 연줄사회 문화는 시장 선점을 위해 제품 경쟁력에 투자하지 않고, 사적신뢰 즉 연줄투자에 몰두하게 된다. 한국인들이 경조사와 접대에 투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나라 경조사 비는 연간 10조원에 이른다.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이런 연줄투자에 의존하는 경조문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마피아 전성시대?

요즘 ‘해피아’란 말이 유행이다. 여객선 ‘세월호(號)’ 침몰사태가 터진 후 등장한 신조어로 해양수산부+마피아의 합성어다. 해수부 관료가 해운조합 선박안전기술공단 등을 장악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거나 대정부 로비스트로 활약하면서 저지른 부정부패 문제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말이다. 이 같은 신조어가 최근 부쩍 많아졌다. 지난해 원자력 공사비리로 원자력 관련 학과 출신들이 많이 구속되자 ‘원전마피아’란 말이 등장했다. 이미 오래됐지만 ‘모피아’는 옛 재무관료 출신과 마피아의 합성어다. 경제관료 출신이 금융공기업 등을 장악하고 있음을 비꼰 말이다.

이러한 신조어들은 영화 대부에서 보듯이 한국적 연줄문화 즉 패거리문화에서 비롯된다. 한 때 정치권에 ‘우리가 남이가’ 란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끼리끼리 뭉쳐서 이권에 개입하고 인사청탁에 끼어들며 사적신뢰 문화가 더욱 확산됐다. 전통적으로 끼리끼리 문화는 향약 두레 등을 통해서 보듯이 서로 어려운 일을 도우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토록 좋은 문화가 산업화가 급속 진행되면서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나쁜 풍조로 진화한 부분이 적지 않다.

패거리 카르텔 타파

이제 곳곳에서 터지는 부정부패와 국가적 재난을 어떻게 하면 고칠가에 대한 대답은 너무나도 자명해졌다.

지연 학연 혈연, 그리고 직장 연고로 형성된 패거리 카르텔을 척결하는 것이다.

끗발을 내세워 뒤를 봐주고 끼리끼리 검은 돈을 챙기는 토착적 연줄문화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한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든다 해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동안 우리는 초대형 국가적 재난앞에 호들갑만 떨었지 뭐하나 제대로 개선된 게 없지 않은가.

우리 사회악의 중심이 돼버린 패거리 연줄문화를 척결하기 위해 가슴과 머릿속에 사적연줄에 의존하려는 고정관념과 스스럼없이 저지르는 관행적 부패들을 털어낼 정신 개조가 뒤따라야 한다. 사적연줄로 얼룩진 부정부패 똬리를 파낸 후 그 자리에 공적신뢰의 싹을 틔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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