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조일현
앞으로 1년 후 대한민국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많은 이론과 주장이 있지만 결국은 전면 개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때 쌀 시장 개방을 10년간 유예받았다. 이후 2004년 11월 23일 농민들이 볏가마에 불을 지르는 등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국회가 쌀 시장 개방 10년 연장비준안을 가결했다. 그리고 정부는 10년간 119조 원을 투입해 쌀 시장 전면 개방에 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 9년이 지났다. 지금 이 순간 과연 10년 전, 20년 전과 비교해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한마디로 막대한 예산만 소진한 채 준비 없이 개방을 다시 앞두고 있다. 쌀 시장이 전면 개방돼 관세화로 간다면,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한 최고관세율 150%를 적용해도 80kg 쌀 한가마 값은 7만 원을 넘기 어려울 것이다. 농촌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가 WTO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무역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그만큼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산이고 숲이라면 쌀은 나무 한 그루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농촌과 농민의 쌀에 대한 기대치와 의존도는 ‘산보다 높고 숲보다 크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고 지금처럼 외면하고 침묵한다면, 1년 후 한국 농촌과 농민은 다시 한 번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2004년 개방 연장안 비준 당시 나는 농촌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생명을 걸고 ‘쌀 시장 개방 10년을 연장하고 정부와 국회, 농민이 합심해서 10년 후를 준비해야만 한국 농촌과 농업, 농민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찬성 발언을 했다. 유일한 토론자였다. 발언 후 농민단체로부터 강한 비판과 비난을 받았고, 다음 선거에서 결국 낙선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때의 판단과 주장은 옳았다고 확신한다.

정부는 명쾌한 논리와 대책 없이 또다시 농민들의 주장과 요구에 이끌려 갈팡질팡해선 안 된다. 하루빨리 쌀 개방을 공론화해 농민과 함께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국회와 농민도 합심해 대안을 찾고 준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정부는 식량안보적 차원에서 주곡의 생산목표를 설정하고, WTO규정을 크게 위반하지 않는 차원에서 직간접적으로 농업과 농민을 적극 지원해 생산기반을 보호·육성해야 한다.

둘째, 쌀을 대체할 품목으로 밀을 추천한다. 밀은 논농사와 병행할 수 있고 벼농사에 쓰는 농기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수입대체 효과도 높고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우리 농산물이 외국 농산물을 가격경쟁력으로 이길 수 있는 품목은 극소수다. 반면 우리나라의 청정이미지와 식품안전성을 담보로 1차 생산, 2차 가공, 3차 판매를 아우르는 4차 산업 개념으로 식품가공 수출산업을 발전시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 2015년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자세로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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