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는 영국에 미래의 왕이 태어났다고 해서 온통 난리다. 마치 동화 속의 이야기를 듣는 듯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입헌군주제를 실시하는 영국에서 왕은 상징적인 의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아직도 지구촌에는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지 못한 영연방의 나라들이 무수히 많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그러나 신기할 정도로 그들은 영국연방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독립을 추진할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지 않다. 일본의 식민지를 경험한 대한민국 보통 사람의 정서로는 이해가 쉽지 않다. 영국은 스페인, 프랑스와 함께 식민지 경쟁을 펼치며 대륙별로 수많은 식민지를 만들었다.

영국은 일찍이 산업화된 기술과 힘을 앞세워 무적함대를 만들고 바다를 제패하며 식민지를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인 영어, 정치형태, 문화, 경제를 세계에 전파했다. 영국은 신사의 나라로 불린다. 식민지 국가를 통치함에도 오만하지 않고 원칙과 상식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과는 전혀 다른 식민지 정책을 폈다.

현재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87세의 나이로 50여 년 간 왕좌를 지키며 대영제국을 이끌고 있다. 왕위계승 1순위인 그의 아들 찰스가 환갑을 넘겼을 정도다. 영국은 왕은 존재하되 통치하지 않는다. 내각제에 의해 수상이 정부를 총괄한다. 일본과 영국이 같은 의원내각제 정부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생명체는 존귀하다. 그리고 만인은 평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급기야 태어나서는 마치 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축복을 받는 모습이 아이러니하지만 영국인들의 왕족에 대한 존경심과 자부심을 읽을 수 있는 장면이다.

왕족들의 국가관 또한 대단하다. 왕족이라고 해서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이 아니다. 누구보다 먼저 입대하고 전장의 현장을 누비며 피를 흘리고 목숨을 바친다. 이것이 우리나라와 다른 모습이다. 어떻게 하면 군대에 가지 않거나 입대하더라도 가급적이면 조금이라도 편안한 부서에 근무하도록 애를 쓰는 우리나라의 고위층과는 사뭇 다르다.

찰스의 동생 앤드루 왕자는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에 공군 조종사로 전투에 참가했으며, 윌리엄 왕세손의 동생 해리 왕자도 아프카니스탄에 참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도 찰스를 비롯해서 모든 왕자들이 군복무를 마쳐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처럼 나라가 분단된 것도 아닌데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준다.

현재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는 바람둥이 같은 여성 편력에 전부인인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으로 한때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영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금번 미래의 왕이라는 왕자를 낳은 윌리엄 왕세손의 부인인 캐서린은 평민출신으로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신데렐라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영국 사람들의 애국심은 특별하다. 역사적으로 양당제에 의해 보수와 진보 진영을 오가며 수상들이 정치를 해 왔다. 영국 국민들의 민주시민정신은 투철하다. 분명하게 주권을 행사하며 경제와 정치상황에 따라 집권당을 바꾸어 왔다.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대처 수상이 여자였고, 현재 왕의 자리도 여자가 왕위를 갖고 있다.

지구촌에는 왕들이 통치하는 국가가 많다. 하지만 국민적인 사랑과 존경을 받는 왕은 흔치 않다.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해 쫓겨나기도 하고 허수아비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오랜 세월 정통성을 지키며 왕권을 유지하는 왕족과 그들을 지켜주려는 영국민들의 나라사랑 정신이 미래 왕의 탄생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모습에서 읽혀진다.

이제 갓 태어나 울음을 터트린 아기의 탄생을 놓고 영국은 물론 전 세계가 미래의 왕이라 칭하며 축하를 보내고 있다. 정치는 생물 같아서 과연 그가 현재 영국민들의 바람대로 수십 년 뒤에 왕좌에 오를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여왕할머니에서 4대를 잇는 왕족의 가문을 배경으로 한 출생이 축하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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