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
전 국민권익위 대변인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 본인과 주변 인물들이 부패의 쇠고랑을 벗어나지 못한 부패자들을 갖고 있다는 오명을 쓰고 있다. 전두환은 물론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등 거명하기조차 창피한 대통령 본인이나 친·인척이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니 그 밑에 들어가 녹을 먹은 정·관계 한 통속 졸개들도 상당수 법정에 설 수밖에 없었다.

부패 지도자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는 고관대작 자리에 앉을 수 없는 부패의 늪에서 공생했던 것이다. 이달 초 아시아 최고의 청렴국가 홍콩에서 발표된 보고서는 매우 충격적이다. 홍콩의 정치경제자문위험공사(PERC)는 한국의 부패가 아시아로 확산될 수 있다며 '부패한류(腐敗韓流)'를 우려했다. 심지어 '부패수출국'이라며 경계대상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즈는 최신호에서 '부패문제에 강력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선진국의 턱 밑에서 한참동안 머물러 있어야 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고,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은 빠른 변화 과정에서 발생한 부패문제가 공정사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지나치게 청렴 후진국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반론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전문연구기관의 국가별보고서를 보면 더욱 심각하다. 그동안 부패 정도에서 한국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고 인식돼 온 태국·말레이시아·부탄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 베를린의 반부패 민간국제기구 트랜스퍼런시 인터내셔널(TI)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청렴 수준이 제자리 걸음에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와 무역규모 세계 10위권 한국이 국가청렴도에서는 200여 개 국가 중 45위권이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그룹으로 형성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곳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잘 사는 나라들은 청렴 수준도 매우 높다. 26년 간 총리를 지낸 리콴유는 싱가포르를 경제강국에 이어 청렴 선진국으로 건설, 지구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청렴선진국 예를 들 때 북유럽을 빼놓을 수 없다.

국민소득 4만~5만달러의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청렴경쟁력이 세계 최상위다. 스웨덴·덴마크·핀란드·덴마크·노르웨이 등은 세계 지도자들이 본받는 청렴 연수 모델국이다. 북유럽 의회 의사당엔 의원 고급승용차 대신 자전거가 즐비하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들에게 골프나 식사접대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우리 현실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전두환 대통령 집권 26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부정축재 재산에 대한 추징금을 받으려고 압수수색 법석을 떠는 우리의 모습이 국제사회에는 어떻게 비춰질까.
 
26년 동안 우리는 뭘 했을까. 한국 부패의 상징처럼 돼 버린 '전두환 추징금 사건'이 완결되도록 수사당국의 분발을 촉구하며 이를 계기로 부패공화국 오명에서 벗어나 법과 원칙이 제대로 작동되는 선진국으로 비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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