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만/한국교통대 교수
(전 국민권익위 대변인)
요즘 어딜 가나 창조경제가 화두다. 얼마 전 국회에서는 창조경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관료들이 명확한 답변을 못하고 쩔쩔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단어 자체가 추상 의미를 담고 있는 창조경제는 일반적으로 산업화 시대와 정보화 시대 및 지식기반 경제 등을 잇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다. 국제적으로는 1990년대 후반 들어 영국과 국제연합(UN)을 중심으로 문화산업, 도시 및 지역정책 분야에서 활발하게 논의돼 온 개념이다.

국제 시각의 창조경제
1997년 영국 노동당 집권 이후 토니 블레어 내각이 국가 이미지 제고와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인의 창조성·기술·재능 등에 기원을 두는 산업들과, 지적 재산 형성·이용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있는 산업들로 구성된 경제체제를 창조경제로 정의하고 관련 산업을 창조산업이라고 불렀다.

유엔개발계획(UNDP)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도 2008년과 2010년 '창조경제보고서'를 통해 창조경제의 개념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를 냈다. 유엔의 창조경제는 경제성장과 발전 잠재성이 있는 창조적 자산에 기반한 진화론적 개념으로 창조적 자산을 생산하는 모든 경제활동을 정의한다. 창조경제 개념에 이어 '창조계층'과 '창조기업'의 의미도 부각되는 신조 용어다. 이와 관련, 미국 경제지리학자인 리차드 플로리다 교수의 명저 '창조계층의 부상'이 주목된다. 리차드의 창조계층은 과학·기술·건축·디자인·교육·예술·음악·엔터테인먼트 분야 등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기술, 콘텐츠 등을 창출하는 종사자들이다. 과학자·엔지니어·프로그래머·교수·시인·예술가·연예인·배우·디자이너·건축가·문화계 종사자·논평가 등이다. 리차드는 이들을 수퍼창조 그룹으로 보는 반면, 인문사회계 중심의 관리·경영·회계·법률·금융 등의 종사자들은 복잡한 지식체계를 바탕으로 창조적 문제해결을 주도하는 그룹으로 봤다.

한국적 창조경제의 길

우리는 2차 대전 후 유엔개발계획(UNDP)의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벗어나 2년 전부터 도움을 주는 경제강국으로 변했지만 고용없는 성장·저출산·고령화 등으로 경제침체기를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미래 경제발전 패러다임으로 '창조경제론'을 들고 나왔지만 다듬어야 할 정책들이 여기저기 드러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적 인재를 키우는 교육뼈대 구축이다. '인문계 따로 이공계 따로' 식의 분화된 교육과정을 융합과 통섭의 인프라로 속도감 있게 대전환해야 한다. 교육환경이 못 따라 주는데 5년도 채 안 되는 한 정권에서 창조인재를 양성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다시 말해 객관식 찍기 교육을 버리고 서구사회에서 보편화된 프로젝트 단위의 창의적 교육체제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이스라엘 교육을 과감히 벤치마킹하자.

다음은 벤처 우대 토양 확충이다. 벤처원스톱서비스단지로 스웨덴의 '키스타 사이언스 파크'를 꼽을 수 있다. 공동장비 활용센터·벤처캐피탈·벤처비즈니스·법률컨설팅사·판매촉진대행사·국립공대 등이 입주한 곳이며 산학관(産學官) 일관협력 체제를 갖추고 있다. 우리에겐 대학 또는 연구소마다 천문학적 국고를 들여 사재놓고 굳게 문을 닫아 놓은 각종 첨단설비들이 수두룩하다. 당장이라도 이 장비들을 한데 모아 학생은 물론 기업체·일반인 등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권역별 공용장비센터'를 구축하자.

대학·연구소·공기업·정부 등 공공 부문 지식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 마련도 시급하다. 특별한 기밀문서를 제외하고 지식정보들을 클라우딩 컴퓨터에 연결한다면 칸막이를 해소하고, 정보소통 원활화로 국민들의 아이디어도 많이 창안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방대하고도 막중한 과제들을 누가 어떻게 실천하느냐이다. 정부 발표대로 5년간 40조 원을 집행하고 65만 명을 고용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려면 더 큰 중심축(콘트롤타워)이 있어야 한다. 강력한 실천력을 갖추지 못한 또 하나의 협의체는 있으나 마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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