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전 국민권익위 대변인)
최근 강원권 지방자치단체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청렴한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특강할 기회가 있었다. 부패예방기구인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지난해까지 7년동안 개방형 공무원으로 대변인을 역임한 바 있어 반부패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할 기회가 좀 있다. 그동안 강의 다닌 곳이 전국적으로 100 여 곳이 넘는 것 같다. 한 곳에 갈 때마다 300~500명 되니까 수강인원은 10만 여명 족히 될 것이다. 모든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공기업) 임직원은 부패방지 관련법에 따라 연간 1회 이상 청렴교육을 받도록 돼있어 국민권익위원회는 이에 따른 청렴 전문강사를 위촉해 반부패 소양교육을 시키고 있다. 지난해 청주 옛 법원부지에다 ‘청렴연수원’을 개관해 운영에 들어간 것도 공직자들의 청렴소양 제고와 맥을 같이한다.

청렴교육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몇 가지 이론들이 있다. 그중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의 실험이 눈길을 끈다. 1969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치안이 허술한 골목에 보닛을 열어둔 두 대의 자동차를 일주일동안 방치하면서 그 중 한 대의 자동차 유리만 고의적으로 깨놓았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뒤 가보았더니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는 배터리나 타이어가 사라진 것은 물론 낙서와 파괴로 고철이 되어 버려 깨진 유리창 하나가 파괴와 약탈을 재촉한다는 가설을 입증했다. 깨진 유리창을 부패에 적용해 보면 평소 상사에 대한 허위 보고, 도박, 무단이석이나 결근, 업무추진비의 유용, 허위 출장비 청구, 연고와 정실에 의한 승진과 전보인사 같은 비윤리적인 행위와 비리를 통제하지 않고서는 본격적인 뇌물수수와 부패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청렴 수준이 높은 선진국들은 공직자들에 대해 아주 사소한 부패도 용서하지 않는 ‘무관용(zero tolerance)’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데이비드 피터슨 뉴욕 주지사는 월드시리즈 야구 개막식에서 시구를 한 후 공짜표를 5장 받은 적이 있다. 이것이 문제가 되어 그는 입장권 가격의 30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납부해야 했다. 국가청렴도 최상위권의 핀란드에서는 어떤 경찰은 자전거를 찾아 준 데 대한 감사표시로 받은 음료수 값 2유로가 문제가 되어 약 250배에 달하는 벌금을 납부한 사례도 있다. 우리 정서로는 이 정도는 봐줄만하지 않겠냐고 할 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 이젠 우리나라 국민들의 청렴 민도도 매우 높아졌다. 부정부패에 대한 개념도 지속적으로 확대돼 종전의 관행들이 이젠 부패로 굳어진 사례가 많아졌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 차원에서 우리가 흔히 착각하기 쉬운 사례를 비춰 보자. 군청공무원이 명절인사로 인쇄업체로부터 2만8천 원 어치의 떡을 받았다면 이는 공무원행동강령 위반이다. 공무원은 직무관련자로부터 액수에 관계없이 선물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행동강령 위반은 화환을 주고받을 때도 나타난다. 공직자는 변호사개업 식당개업 등에 축하화분을 보낼 때 소속기관의 명칭이나 직위를 표시해선 안 된다. 개업축하는 공직자의 직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기관 명칭이나 직위를 적어 게시하면 안 된다. 과거에는 별 문제없이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것이었으나 최근 부패개념이 확대되면서 새로이 문제가 되는 것들이다.

5월은 스승의 날을 포함해 각종 행사가 많은 달이다. 그만큼 선물을 많이 주고받는 때이기도 하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경제 및 청렴 선진국들이 잘 준수하는 간소한 선물 기준(2만~3만원선)을 엄격히 지켜 자칫 선물이 뇌물로 변질되지 않도록 유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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