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만/한국교통대 교수
(홍천군홍보대사)
새해 벽두부터 국제정세가 불안하다. ‘재정절벽(fiscal cliff) 방지법’ 제정으로 재정 위기 모면에 허둥대는 미국을 비롯 파업시위로 시끄러운 유로존의 그리스, 아랍의 민주화 진통 등 각종 돌발변수로 불안정한 나날의 연속이다. 한반도도 중국과 미국 강대국 사이에서 수십년간 미래 예측이 어려운 파워게임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것 같지만 이면에는 불안정속에 수확없는 헤게모니 경쟁만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강 미국부터 살펴보자. 공화당의 조지 W.부시 전 대통령과 지난해 대통령 후보였던 롬니의 외교 정책 기류는 무력으로 군사력과 경제력에 기인한 하드파워 경향인 반면, 민주당의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하드파워에다 문화와 가치 예술 교육 등에 기초한 소프트파워를 결합한 측면이 강하다. 부시 대통령은 재임 당시 아프간을 무력으로 공격했고, 오바마 정부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외교정책 기조를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접목한 스마트파워로 변화해야 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외교정책에서 두 정당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공산당 5세대 지도부로 질서있게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 같지만 미래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중국 최대의 정치비리 스캔들인 보시라이(薄熙來)사건은 공산당의 비밀스런 이면에 권력 암투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여기에다 중국의 특이한 검열제도는 어떤 사건을 유발시킬지 아무도 모른다.

극우주의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총리에 오른 일본은 확실히 국수주의(國粹主義)에 몰입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국가주의(國家主義)라고는 보기 어렵다. 오늘날 일본은 1930년대 극우주의적이고 침략적이었던 군국주의(軍國主義) 집단의 일본과는 사뭇 다르다. 이제는 일본이 국민의 통제에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선거 유세동안 유권자들에게 좋은 슬로건을 내세우는 정도였지 분명히 밝힌 극우정책은 불분명하다. 아베 정책기조는 공격적이기보다는 좌절감에서 나온 반응적 성격이 강하다고 하겠다. 핵무기를 강조한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 같은 국수주의자들도 있어 집권이 불안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국가주의에 호소하는 경향이 강하다. 러시아는 지나치게 에너지 수출에 의존한 경제상황과 부정부패의 만연, 그리고 지속되는 인구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주의로 심화되고 있는데 성공여부는 미지수다.

이집트의 민주화는 큰 흔들림 속에 먼 여정의 시험대에 올랐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 이집트의 코사리 혁명에 이어 알제리 등으로 번지는 아랍 민주화 시위는 그칠 줄 모른다. 아랍의 변화에 공감하고 있는 오바마는 역사의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한다며 무바라크 대통령을 뒤로 하고 카이로 내 타흐리광장의 민주화 군중에게 손을 들어줬다. 이게 옳은 선택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독재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10년 동안의 이집트 혁명의 결과가 아직도 나오지 않은 걸 보면 아랍의 봄은 계절의 시작이고 사계절의 하나일지 모른다.

계급독재의 사회주의정권 북한은 가난할 대로 가난해져 아이러니컬하게도 ‘약자의 힘’도 있고 ‘붕괴의 힘’도 지니고 있다. 어쩌면 중국과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가장 ‘뜨거운 감자’일 수도 있다. 중국은 북한이 핵보유를 원치 않으면서도 붕괴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붕괴되면 중국의 영향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도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권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북한 달래기’로 수많은 공을 들여 온 게 사실이다. 군복을 입고 북한을 경계하는 모습을 대선 홍보물에 삽입했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국방정책을 인수위 업무보고 1순위에 올렸다. 일단 군사력 등에 기반한 하드파워 기류가 보이는 듯하다. 고요함 속에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문화 예술 교육 등 소프트파워를 지혜롭게 결합한 스마트파워 전략이 함께 잘 구사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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