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이 말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속담이다. 사전에 찾아보면 ‘일이 작을 때에 처리하지 않다가 결국에 가서는 쓸데없이 큰 힘을 들이게 됨을 이르는 말’이라 나와 있다. 자주 쓰는 속담이라 뜻을 모르는 이는 없겠지만 이 말이 자주 쓰이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가 수고로움을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반증이다. 이런 경우는 종종 진료실에서도 볼 수 있는데 여러 질환이 있지만 가장 자주 보는 질환은 치아우식(충치)이다. 다행히 치의학의 발달로 예전에 비해서 다양한 술식과 치료방법이 개발되어 대부분은 정상에 가깝게 구강건강을 회복하겠지만 굳이 ‘가래’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위에 언급한 것 같이 치아우식은 흔히 볼 수 있는 구강질환이다. 치과질환의 특성상 진행속도가 느려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극심한 통증으로 치과를 방문하면 경제적으로도 구강건강상으로도 큰 손해다. 이미 질환이 발생했다면 조속히 치료를 받아야 하겠지만 그런 일이 없게 예방이 중요하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우선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인 구강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생후 6~12개월 사이에 치아가 나기 시작해서 30개월이면 모든 유치(젖니)가 나온다. 이 때 수유 습관이 중요한데 잠잘 때 우유병을 물고자는 습관은 유아기 치아우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므로 피해야 한다. 이가 나면 칫솔질을 시작해야 하는데 어린나이에는 치약을 쓰지 않아도 되며 치약은 삼킬 위험 방지를 위해 뱉을 수 있는 연령부터 사용하는 것이 좋다. 5세 이전에는 손에 힘이 없어 칫솔질이 쉽지 않으니 혼자 할 수 있게 습관을 들여 주되 반드시 부모가 한 번 더 닦아주는 게 좋다. 또한 식이조절도 중요한데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단맛이 강한 음식보다 치아에 점착성이 강한 빵, 떡, 비스킷 등이 우식유발 가능성이 더 높기에 간식을 고를 때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게 좋다.

부가적으로 불소도포를 통해 치아 표면을 강화하고 홈메우기로 우식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특히 유치와 영구치가 혼재된 혼합 치열기에 새로 나온 영구치는 광화가 덜 되어있고 맹출 중일 때는 잇몸과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저류되어 우식이 생기기 쉬우니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유치열기에 우식이 생기면 어차피 빠질 치아라고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유치 밑에 치배(영구치의 싹)가 자라고 있어 우식이 심하면 영구치에 영향을 미쳐서 형태나 색이 비정상적으로 변할 수 있다. 또한 심한 우식으로 발치하게 되면 영구치 맹출 공간이 사라져 덧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꾸준한 자가관리와 3~6개월 정도에 한번 치과에 방문해 예방과 치료를 해주는 것이 좋다.

성인시기에는 청소년기 보다는 치아의 광화도 잘 돼 있고 구강건강에 대한 인식이나 관리도 좀 더 잘 이루어지므로 우식이 많지는 않지만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안심할 수 없다. 성인시기에도 변함없이 칫솔질이 가장 중심이 된다. 3-3-3운동, 회전법 등은 많이 홍보된 구강건강관리법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구강내 음식물 찌꺼기 등이 얼마나 잘 제거 되느냐 일 것이다. 시간을 재어보면 3분 동안 칫솔질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데 정확한 방법으로 빠짐없이 칫솔질을 하면 3분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치아를 쓸어내리는 칫솔질 법을 ‘회전법’이라 하는데 대한구강보건협회에서 권유하는 칫솔질 법으로 이름은 익숙지 않아도 방법은 대부분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칫솔질이 잘 되는지 아닌지는 스스로 파악하기 어렵다. 바른 칫솔질을 위해 치과를 방문하여 정확한 칫솔질 방법을 배우고 치면 세균막 염색을 통해 잘 닦이지 않는 부위를 파악한다면 구강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칫솔질로 잘 제거가 안 되는 부위인 치아사이 세정을 위해 치실, 치간 칫솔 등은 반드시 이용하는 게 좋은데 이들의 사용법 또한 치과에서 정확히 배우는 게 좋다.

하루 세 번 중 밤에 자기 전에 닦는 칫솔질이 가장 중요한데 구강 내 자정작용에 큰 역할을 하는 침이 수면 중에는 잘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면시가 아닌 경우에도 심장, 혈관계 약물, 고혈압 치료약물, 항우울제 복용자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역시 침 분비를 감소시키는데 침 분비가 적어지면 치아우식 위험이 높아지니 주의해야한다. 모든 칫솔질은 세심히 해야겠지만 특히 취침 전이나 구강 건조증 환자들은 보조기구 등도 이용해 구강위생에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또한 장년층이나 노년층은 잇몸이 내려가 치아의 뿌리가 노출되거나 치경부 마모증, 치경부 파절 등에 의해 치아와 잇몸 경계부에 틈이 생긴다. 이 부위는 음식물이 잘 끼고 우식에 취약하게 되는데 이런 부위가 생긴다면 관리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틈이 생긴 부분은 치과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3~6개월에 한번은 치과에서 구강검진을 받는 게 좋다.

‘치과’라고 하면 공포의 장소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 중에는 진료실에 앉기도 전에 울음을 터트리는 경우가 있고 성인 중에도 진료 전 심하게 떨거나 손을 잡아달라는 경우도 있다. 치과기구의 기계음, 뾰족하게 생긴 기구들이 두려움에 일정부분을 차지하겠지만 이런 공포는 무엇보다 ‘통증’ 때문일 것이다. 평소에 예방과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모르는 사이에 구강건강이 파괴되어 밤잠을 이룰 수 없는 고통, 치료에 따르는 고통, 경제적 부담이 올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 정확한 방법으로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구강검진을 하면 치과 방문은 공포가 아닌 가벼운 나들이와 같을 것이다. 크게 어렵지 않은 예방법을 생활화하여 언제 어디서나 자신 있게 웃으며 ‘씹고 뜯고 맛보는 ’즐거움이 함께하길 바란다.

홍천군보건소 공중보건의 치과의사 김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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