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만 정치학박사
홍천군홍보대사
며칠 전 한 출판사가 스승의 은혜에 대해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선물을 조사했더니 400여 명의 학부모 중 25%가 카네이션을 꼽아 1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응답자의 19.4%는 편지를 선호했고 11.4%는 간식을 꼽았다. 또 선물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응답자도 14.9%에 달했다. 물론 10% 미만이긴 하지만 화장품 향수 비타민 백화점 상품권 등도 있었다. 화장품과 상품권이 인기였던 시절과 비교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해마다 촌지관행의 오해를 없애기 위해 자체적으로 휴교를 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사정당국의 지도단속도 강화되면서 과도한 선물문화에서 간소한 선물문화로 진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공직자들의 도덕교과서’로 일컫는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스승의 날, 졸업식 등의 행사에서 공개적으로 받는 꽃이나 케이크 등은 예외로 허용되지만 3만 원 이상의 선물이나 식사, 교통비 등은 불허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학교마당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소소한 부패행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초교생을 둔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케이크와 함께 5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전달했는데, 이를 의로운 케이크 매장 판매원이 부패신고센터(전화 1398)에 접수함에 따라 엄벌에 처해졌다.

혹자는 나라를 뒤흔드는 큰 부패가 여기 저기 매스컴을 도배할 정도인데, 이같이 소소한 부패를 갖고 야단법석이냐고 할 지 모른다. 그건 그렇지 않다. 큰 부패도 엄정히 처벌하고 작은 부패도 그렇게 벌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 주변의 작은 부패들이 큰 부패로 진화하는 사례를 너무나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사례를 한두개 더 보자. 한 고궁의 의장행렬에서 의장대원 보초 아르바이트를 했던 한 대학생은 행사 운영재단 직원이 아르바이트생 채용인원과 근무상황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이 신고로 재단직원이 편취한 410만 원이 환수됐고 신고학생은 큰 포상금을 받았다. 또한 걷기대회 행사 주최단체는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대회 광고비를 중복해 받는 방법으로 정부지원금을 횡령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대회 참가자가 신고함으로써 주최 단체는 수년 간 보조금 중단 처벌과 함께 지원비 환수조치가 떨어졌다.

외국은 어떤가. 세계적으로 청렴 선진국으로 존경받는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과 뉴질랜드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부패행위에 대해 엄격한 처벌이 뒤따른다. 부패를 저지르기 위한 잔꾀를 부릴 줄도 모른다. 그들은 철저히 공과 사를 구분하는 합리주의 사고문화를 지니고 있다. 스승의 은혜에 대한 보답은 초콜릿 정도의 선물이 고작이다. 선물의 가격대는 법적으로도 유럽이나 미국이나 대개 20~25달러 수준에 그친다.

위에 적시한 일련의 사례에서 보듯이 작은 부패라 할지라도 정의로운 사람들에 의해 모니터링되고 적발처벌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다. 오해받을 일을 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소소한 부패도 우리생활에서 배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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