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새봄을 맞이하여 결혼을 하는 청춘남여들이 많다. 요즘 결혼식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시간 또한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봄이 되면서 주말이면 청첩장이 여기저기서 날아든다. 그동안 만나서 사랑을 가꾸고 키워 마침내 결실의 꽃을 활짝 피운 주인공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그러나 최근 과도한 결혼비용과 낭비적인 결혼문화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결국 정부에서 허례허식을 줄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정부, 시민사회, 종교계, 언론 등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큰 효과가 있기를 기대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얼마전 우리나라의 평균 결혼 비용이 2억을 넘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물론 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일생에 한번 뿐인 결혼식을 멋지고 아름답게 하고픈 욕망은 신랑·신부와 그 가족들은 누구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외국 왕실의 결혼이나 초호화판 연예인들의 결혼식을 따라 잡아 보고 싶은 욕심이다.

요즘 수도권의 아파트 값을 보면 직장에 취업하여 자신이 집을 장만하여 결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고스란히 부모님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부모님의 경제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본인들이 직장생활을 통해 돈을 모아 집을 마련해야 하므로 결혼 연령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

결혼식 잔치에서 식사를 해 보면 5만 원 부조금을 낸 사람이 미안해서 먹기 어려울 정도다. 봉투 하나로 부부가 함께 참여해 축하해 주는 것은 큰 실례다. 자녀들이라도 동반하면 이는 정말 눈치없는 짓이다. 그렇다고 먹을 것이 푸짐 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보기 좋게 포장된 거품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다.

공무원 행동강령에 의하면 경조사비가 3만 원 이상이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공무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경조사비는 품앗이의 의미가 크다. 최소한 받은 만큼은 해야 한다. 공무원들의 경조사에 대한 금액 제한은 시장 경제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결혼식의 대표 음식이 ‘국수’였다. 흰 국수 면발처럼 검은 머리가 흰머리가 될 때까지 행복하게 오래 살라는 의미를 담은 잔치 국수였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갈비탕, 뷔폐음식 등으로 변해 갔다. 축하해 주기 위해 참석한 하객들을 잘 대접하려는 혼주의 깊은 뜻도 담겨 있겠지만 예식장 측의 상술이라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자녀를 낳으려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 과도한 결혼 비용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결혼 연령층이 점점 늦춰지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아빠의 나이가 많을수록 자폐아를 낳을 위험성이 높다고 하는 통계 자료도 있다. 남자나 여자 모두 결혼 적령기라는 것이 있다. 자연의 이치에도 대부분 때가 있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모든 살림살이와 혼수품을 갖춰 놓고 결혼을 하려는 세태가 강하다. 물론 장점도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결혼 연령이 늦춰지는 것은 국가적,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청춘 남녀의 사랑의 결실이 이루어지면 가장 기본적인 혼수품만 준비하여 결혼을 하고 살림살이는 살아가면서 장만해 가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평수의 집에서 시작하여 살림살이를 하나 둘 늘려가며 마련해 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사랑을 가꿔가듯, 살림을 늘려가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의 도움이 아닌 자신들의 힘으로 마련한 살림살이는 더욱 애착이 갈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큰 보람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결혼식 간소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결혼식을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른 사례, 결혼식 축의금을 복지재단에 기부한 사례 등의 미담 사례들이 있다. 신랑신부가 생각을 바꿔야 하고 혼주인 부모님들이 결혼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말 그대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인생의 새 출발을 하는 부부를 진정으로 축하해 주는 잔치가 되어야 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