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과 쌀쌀한 날들이 오가더니 이제 봄다운 날씨가 이어지려나 봅니다. 문득 눈길을 돌리니 연분홍빛 진달래가 저만치 나무들 사이에 서서 수줍은 미소를 건넵니다. 일 년 만의 만남이라 설레는 듯 발그레한 뺨이 봄의 향기를 살포시 머금었습니다. 수련이 깊어져 자연만물과 수시로 교감할 수준은 아니지만 왠지 봄이 되면 나무와 꽃들이 부드러운 바람을 보내며 말을 건네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이른 아침, 겨울 내내 꽉 닫혀있던 창문을 열고 그 바람을 맞아들이며 요가 수련을 하면 효과가 배로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라디오를 제대로 듣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시절부터입니다. 당시 대학을 다니던 사촌언니와 일 년 정도 같이 살았는데 언니가 듣는 라디오와 음악을 접하면서 라디오에 대한 무한 애정이 생겼습니다. 그 일로 사촌언니는 제 어머니께 한동안 원망어린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제가 공부는 뒷전으로 밀어놓고 만날 라디오만 끼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틀고 공부를 한답시고 앉아있는 꼴이 딱 봐도 설렁설렁 대충대충 이어서 제 성적이 떨어질 때마다 사촌언니는 가시방석이었습니다. 어쨌든 중학교 이후로 라디오는 평생 친구가 되었는데 수면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고등학교 시절에도 늦은 시간 학교에서 돌아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라디오 전원을 켜는 일이었습니다. 씻고 자기에도 바쁜데 채 마르지 않은 머리에 수건을 둘둘 감고 라디오에 귀를 쫑긋 세우다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잽싸게 녹음 버튼을 누르고 음악이 끝날 때 쯤 흘러나오는 라디오 진행자의 목소리가 녹음되지 않도록 타이밍을 잘 맞춰서 정지 버튼을 누르며 흐뭇한 웃음을 지었지요. 음악만 녹음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는데 센스가 있는 진행자들은 녹음을 하고 있을 수많은 학생들을 생각해서 음악이 완전히 끝나고도 잠시 뜸을 들이는 배려를 해주곤 했습니다. 물론 음악 신청을 하는 엽서에 공을 들여 방송국으로 보내기도 했지만 제가 쓴 엽서가 채택이 된 적은 없습니다. 그래도 전국에서 날아온 예쁜 엽서 전시회는 몇 시간 줄을 서더라도 보러갔었지요. 가보니 제 엽서가 왜 뽑히지 않았는지 이유를 단번에 알겠더군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화려하고 찬란한 엽서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으니까요. 엽서 수 십장으로 프로그램의 진행자 얼굴을 그려놓은 것도 있었고 기본으로 열 장을 넘는 작품들이 즐비했습니다. 그만큼 그 때 라디오의 인기는 어쩌면 텔레비전을 능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잠시 뜸했던 라디오를 다시 곁으로 끌어당긴 것은 요가수련을 하면서부터입니다. 라디오 채널도 바뀌었습니다. 예전과 다르게 중간 중간 끼어드는 광고가 귀에 거슬려 광고가 없는 채널을 찾아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연히 클래식 방송을 알게 되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이라고 해봐야 학교 다니며 음악시간에 들었던 몇몇 개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과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광고에서 배경으로 사용하는 음악이 전부였지만 오히려 모르고 듣는 것이 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아직도 음악들의 제목이나 작곡가나 연주가를 많이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글을 쓰거나 책을 읽어도 크게 거슬리지 않아 그게 좋더군요. 그리고 그리스나 티벳 등 쉽게 만나기 어려운 나라들의 다양한 음악을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하도 따듯해서 그 목소리를 들으려고 시간이 맞으면 꼭 챙겨 듣곤 했습니다. 방송되는 시간대가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대부분 일과 스트레스에 지쳐 집으로 돌아가는 즈음인데 그 진행자의 목소리는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아기의 가슴을 토닥거리는 엄마의 손길처럼 잔잔했습니다. 매일같이 수련을 지도하며 목소리를 쓰는 터라 목소리가 주는 에너지와 힘을 익히 알고 있어서 “나도 저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안아주는 목소리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지요.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편안하게 한다면 그것이 요가 수련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습니까? 그 진행자는 마음의 동요를 없애고자 하는 요가의 목적을 자신의 목소리를 방편으로 이미 이루고 있었던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진행자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저는 아직도 그 목소리가 주었던 위로의 파장을 기억하고 있으며 색깔은 다르더라도 수련을 지도하는 제 목소리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 하실 활 자세(Dhanurasana)는 지난 호에 소개한 보트 자세와 연결해서 하면 효과가 더 좋으니 참고하시길!

▶ 방법 ◀
1.배를 대고 엎드립니다. 이마를 바닥에 대고 두 다리를 구부려 두 손으로 발등이나 발목을 잡습니다.
2.숨을 마시면서 두 다리를 들어 올리고 내쉬면서 머리와 가슴을 들어 올립니다.
3.천정을 바라보며 고르게 숨을 쉬면서 할 수 있는 만큼 버팁니다.
4.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두 다리를 내리고 다리를 뻗어 이완합니다.
5.그대로 잠시 휴식합니다.

▶ 효과 ◀
1.척주(Vertebral column)의 유연성과 힘을 기릅니다.
2.배의 근육을 마사지하므로 내장 기관의 운동이 활발해집니다.
3.몸 전체의 체지방을 제거하고 자신감과 활력을 채워줍니다.
4.허리의 힘이 생기면서 잦은 요통이나 경미한 디스크 증상에도 효과적입니다.

▶ 참고 ◀ 팔의 힘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므로 억지로 다리를 끌어올리려고 하면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사진 출처 및 참고한 책 _ 이연주, <척추가 바로 서면 성적이 오른다>, 홍익요가연구원, 2011

■ 글쓴이 _ 장영세 선생님은 현재 사단법인 홍익요가협회 부회장으로 계시며 연세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한 후, 신촌 연세의료원에서 근무하셨습니다. 저서로는 <스승 곁에 앉다>, <신나는 태극 어린이 요가(공저)>, <요가 무작정 따라하기>가 있으며, 2008년부터 현재까지 <KBS 월간 비타민>에 요가 칼럼을 기고하고 계십니다.
홍익요가협회(www.hongikyoga.org) 02-333-2350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