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리니 한껏 물을 머금은 나무들의 자태가 촉촉합니다. 금방이라도 봄꽃을 피워낼 듯 싱싱한 잎사귀의 자태가 햇빛에 반짝거립니다. 때 아닌 눈까지 이따금 휘날리는 변덕스러운 봄 날씨에 아직도 두꺼운 겨울 외투를 옷장 속으로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가게 쇼윈도우엔 이미 화사한 봄옷들이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매일 스쳐도 이름을 모르던 나무들이 봄을 맞아 꽃망울을 터트리면 그제서야 “아하! 네가 진달래였구나”하며 뒤늦게 알아보듯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진가를 깨닫게 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만나자마자 처음부터 존재감을 확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겨울을 참고 인내하며 기다리는 나무들처럼 자신을 부단히 갈고 닦으며 때를 기다리다 서서히 “나, 이런 사람이야”하며 보여줍니다. 그래서 첫인상으로 사람을 평가하거나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은 자칫 선입견과 편견으로 얼룩진 관계를 초래하기 쉽습니다.

나무들이 주변 환경의 온도와 습도 등을 면밀히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적당한 조건이 되어야 꽃을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자신의 능력을 최고치로 올릴 수 있는 상황이 각자 다른 것 같습니다. 배우들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연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던 배우가 다른 드라마에서는 확연하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아니, 저 사람이 저렇게 연기를 잘 했었나?”하고 놀라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물론 자기에게 꼭 맞는 옷 같은 배역을 맡느냐 맡지 못하느냐의 차이도 있겠습니다만 드라마를 쓰는 작가와 감독이 배우의 힘을 기대 이상으로 끌어 올리거나 자신조차 모르고 있던 숨은 재능을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그러한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가능한 빨리 결과를 보고 싶어 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금세 남을 탓하거나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모습들을 보입니다. 요가 수련을 하면서 만나는 분들 중에서도 간혹 그런 분들이 계십니다. 수련을 나름대로 성실하게 했는데 왜 몸이 빨리 안 좋아지냐며 성급하게 묻곤 합니다. 사람마다 나이도 몸 상태도 마음도 다 다른데 어떻게 몸이 회복되는 속도를 맞출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요가와 같은 자연건강법은 처음 수련해서 몸이 좀 좋아지다가 또 일시적으로 더 불편해지는 시기도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몸을 관찰하며 조절을 하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수련을 지도하다보니 수련의 효과를 높이는 방법은 몇 가지 알게 됐지만 더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비법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뭐든 속성으로 단기로 빨리 빨리 배우려는 태도는 적어도 요가 수련에 있어서만큼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종영을 한 드라마, 시청률 50%를 넘어 소위 국민 드라마라고 불렸던 퓨전 사극에서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을 그렸을 때 여자 주인공 아이가 남자 주인공 아이에게 작은 나무화분에 씨앗을 심어 선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선물을 받은 아이는 매일같이 그 화분을 들여다보며 과연 언제쯤 어떤 싹이 나올까 궁금해 합니다. 그리고 무엇을 심었을까 이리저리 상상하면서 선물을 준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보기도 합니다. 아무리 궁금하더라도 흙을 파내 씨앗을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참고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에는 금방 알 수 있는 일도 있지만 시간을 두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 더 많습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어도 꾸준히 수련하면 불편하던 곳도 편안해지고 숨쉬기도 한결 나아지며 요가 자세(아사나)를 이해하게 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도 더 깊어집니다. 또한 몸과 마음은 하나이므로 평소 아무 생각 없이 했던 행동이나 마음의 움직임을 문득 느끼기도 합니다. 이렇게 수련을 하면서 자기의 몸 뿐 아니라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알아차린다면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온통 나에게로만 향해있던 감각의 촉수들이 자기도 모르게 이웃과 남을 그리고 자연을 향해 되돌아가면서 내가 더 넓어지는 느낌과 확신이 들기도 합니다.

봄은 뻗어나가는 계절입니다. 몸을 시원하게 늘이며 탁 트인 산과 들에서 가슴을 활짝 펴보시기 바랍니다.

▶ 방법 ◀
1.두 발을 11자가 되도록 나란하게 만들어서 어깨너비의 2배 정도로 벌립니다.
2.두 팔을 어깨 높이로 옆으로 벌립니다.
3.두 팔을 들어 올려 머리 위에서 손바닥을 마주 붙입니다.
4.숨을 마시면서 팔과 상체를 위로 쭉 뻗었다가 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왼쪽으로 몸을 기울입니다.
5.천정을 바라보고 숨을 서너 번 고르게 내쉬며 유지하다가 숨을 마시면서 가운데로 돌아옵니다.
6.반대쪽으로도 하고 좌우로 2-3번씩 되풀이 합니다.
▶ 효과 ◀
1.간, 신장, 췌장의 활동을 원활하게 합니다.
2.척추가 유연해지며 자세교정에 도움이 됩니다.
3.굽은 어깨와 팔꿈치를 폅니다.
▶ 참고 ◀
1.옆으로 기울일 때 상체가 앞으로 숙여지지 않게 합니다.
2.다리에 힘을 줘서 무릎을 펴고 합니다.
■ 사진 출처 및 참고한 책 _ 이연주, <척추가 바로 서면 성적이 오른다>, 홍익요가연구원, 2011
■ 글쓴이 _ 장영세 선생님은 현재 사단법인 홍익요가협회 부회장으로 계시며 연세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한 후, 신촌 연세의료원에서 근무하셨습니다. 저서로는 <스승 곁에 앉다>, <신나는 태극 어린이 요가(공저)>, <요가 무작정 따라하기>가 있으며, 2008년부터 현재까지 <KBS 월간 비타민>에 요가 칼럼을 기고하고 계십니다.
홍익요가협회(www.hongikyoga.org) 02-333-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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