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광 춘천보훈지청 보훈과장
유난히 추위가 심했던 긴 겨울이었건만,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지나고나니 그 기세가 한풀 꺾이고, 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봄이 다른 계절보다 기다려지고 반가운 것은 길고 긴 겨울의 고통 끝에 찾아오기 때문은 아닐까?

새 봄과 함께 제일 먼저 다가오는 국경일은 3.1절이다. 올해로 제93주년이 되는 3.1절은 1919년 3월 1일 우리 민족이 일본 제국주의의 압박에 항거함과 동시에 전 세계에 우리 민족의 자주독립을 선언하며 평화적 시위를 펼친 날이다.

3·1운동 이후 3개월 간 전국에서 일어난 독립만세 시위 횟수는 1,542회, 참가인원수 2백여만 명, 사망자수 7천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당시 우리나라 인구가 약 2천만여명 이었다고 하니 전 국민의 10%가 넘는 인원이 만세운동에 참여한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시민혁명이었다.

우리 강원도에서도 철원지역 독립만세운동을 시작으로 120여회에 걸쳐 10만여 명의 도민들이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하였으며 영서지역에서는 춘천을 비롯하여 홍천, 횡성, 원주 등지에서 활발히 전개되었다.

당시 만세운동에 참여한 국민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집에 숨겨 두었던 태극기를 들고 나와 총칼로 무장한 일본 경찰 앞에서 당당히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우리의 선조들은 개인의 목숨보다 조국의 소중함을 더 귀하게 생각했고, 나라의 상징인 태극기를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겨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들은 바쁜 일상생활을 핑계로 태극기의 소중함과 그 의미를 간과하고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일 조차 잊고 무심히 생활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대한민국 국기법’을 제정하여 국경일과 기념일 등에 태극기를 게양하도록 제도화하고 거국적으로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다.

2010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전국 초중고생 3,919명을 대상으로 ‘3.1절 관련 학생 의식에 관한 조사’를 한 결과, 40%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3.1절이 무엇을 기념하기 위한 날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차가운 만주 벌판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독립지사들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올해부터 국가보훈처에서는 지난 50년 동안 견지해 오던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에 대한 보상에 중점을 둔 사후보훈(事後報勳)에서 한 단계 진전된 선제보훈(先制報勳) 정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선제보훈은 온 국민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해 국민이 나라를 지키고 발전시키는데 자발적으로 헌신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도록 하는 보훈의 개념이다.

나라사랑 정신이란 대한민국이 새로운 기상으로 유지 발전되어 세계를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나라를 위해서 목숨까지도 내던질 수 있는 자기희생에서 비롯된다. 나라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36년간의 일제강점기를 통하여 피눈물 나게 체험하지 않았는가?

올해 3.1절에는 잠시나마 소중함을 잊고 지내왔던 우리나라의 상징인 태극기를 집집마다 빠짐없이 달아 보자. 그리고 일제의 혹독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조국의 광복을 위해 헌신하신 독립지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 분들이 그렇게도 사랑했던 태극기를 우리들 가슴에 품고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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