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의 태국 푸켓 직항과 꼬박 2일의 이동시간을 거친 우리가 도착한 곳은 크라비의 라일리(Rai Lay)다. 태국의 라일리 해벽은 태국에서 유일하게 암벽등반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와 같은 계절대 유럽의 클라이머들이 겨울철에 많이 찾기도 하지만 5.13급이나 5.14급의 고난도 등반을 하기위해 이곳을 많이 찾는다.
  태국 암벽등반의 중심지인 톤사이해변(Tonsai Lay)에는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다양한 각과 난이도를 지닌 약 30m의 등반루트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다. 난이도가 가장 높다는 카나브남이나 피피(Phi Phi)섬의 경우 5.14급이 여럿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5.14급을 오른 손정준씨가 라일리 서부위쪽 톤사이해안에 위치한 「그리드(5.14a)」가 있기도 하다.
  라일리는 태국 남부지방의 크라비(Krabi) 인근에 있다. 크라비는 태국 서쪽 해안인 안다만(Andaman Sea)을 끼고 있는데 방콕에서는 비행기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라일리는 크라비 서쪽으로 길게 나와 있는데 크라비에서는 약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 라일리는 반도모양으로 라일리 동부해변과 라일리 서부해변, 남쪽의 프라낭(Phra Nang)해변, 북쪽의 톤사이(Ton Sai)해변으로 구분된다.
  라일리의 등반지역은 47곳이고 크라비와 피피까지 합치면 52곳이 된다. 손정준씨가 5.14급을 등반한 서쪽 톤사이 해변은 얼마 전 쓰나미 때문에 아직도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곳이 많다는 가이드 조언으로 우리일행은 라일리 동부해변에 있는 ‘무에타이(Muai Thai)'와 '원투쓰리(One, Two, Three)'를 등반하기로 했다. 이 라일리바위(해벽)는 바닷가와 인접한 특성으로 석회암임에도 매우 미끄럽거나 날이 뾰족 서서 날카로운 곳이 많아 등반에 주의가 요구된다.
  아오낭(Ao Nang)에서 긴꼬리보트를 타고 라일리 동부해변의 포구에 도착하니 킹 클라이머스(King Climbers)에서 등반 각서를 써야한다. 영문이지만 이름과 국적, 혈액은 필수 기재사항이다. 이곳 라일리 해벽의 관리자겸 수상구조 역할을 하는 곳으로 가이드북과 기념품을 구할 수 있고 단체 암벽 등반객을 위해 「한나절, 하루, 삼일」상품을 팔기도 한다. 그 내용은 물과 숙식 그리고 등반 리딩과 빌레이(확보)를 통해 관광객에게 등반의 즐거움을 돕는 상품이다.
  우리가 등반한 무에타이(Muai Thai)는 비교적 난이도가 낮다. 몸 풀기에 적당하므로 볼더링(장비없이 맨손오르기) 정도 수준이다. 이 루트는 11개 코스로 최고 난이도는 레이싱 라이크 어 몽키(Reaching Like a Monkey) 6c로 요세미티 등급체계로는 5.11a급이다. 섀도우 쇼(Shadow Show)는 5.7급으로 재미있는 포즈를 취할 수 있는 곳이며 마사지 더 락(Massage The Rock 6a)은 몸의 균형 잡는데 좋은 코스이다. 긴꼬리보트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아름다운 석양을 보았는데 대청봉의 일출과는 사뭇 다른 감흥이다.
  프라낭팔레스(숙소)는 2인 1실로 에어컨, 냉장고, 샤워실까지 갖춘 방으로 한화 1만원 한다. 쎄븐일레븐에서 EPI Gas나 부탄 Gas를 찾았는데 현지인들은 아예 알지도 못하기에 할 수 없이 가져간 밑반찬으로 생수(?)를 달랬다.
  아침 6시에 기상하여 프라낭(Phra Nang) 해벽 보다는 원투쓰리(One, Two, Three)에서 등반을 시작했다. 던칸부츠 암장과 무에타이 암장 사이에 있는 이 암장은 최고높이 30m(Triama 7b+, 10볼트)로 6a부터 7b등급까지 다양하다. 이곳 라일리의 모든 등급이 프랑스 등급체계(1-8c)로 되어 있는 것은 요세미티 거벽의 높이에 비교도 안 되지만 바위 질은 프랑스 남부에 있는 해벽과 동일하며 암장개척자들도 유럽인들에 의해 전파/개척된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클라이머들이 붐비는 이 암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마시지비밀(Massage Secrets)로 3피치(1피치는 60m 자일 1동으로 올라 갈 수 있는 높이)로 난이도는 낮지만 고도감이 매우 뛰어나다. 홀드(손잡이)와 스탠드(발디딤)가 양호하여 초보자/어린이도 해낼 수 있다.
  적지 않은 나이의 수회형(홍클 고문. 하이트맥주)은 Short & Savage 6b와 Selee 6a를 등반하고 최동열(홍클 등반대장. 동면)은 컨퓨젼(Confusion 6b+, 27m)을 가볍게 하더니 콰르츠(Quarkz 7b. 13m)에서 아름다운 발레자세로 무척 힘쓰더니 역시나 깔끔한 마무리를 한다. 송철화(홍클 부회장. 대동농기계)씨는 한살 애기가 기저귀 갈아주는 자세로 출발하는 위새드(We Sad 6a+, 25m)를 해냈는데 우스운 자세로 힘쓰는게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고집스러운 열정으로 오름짓에 성공했다. 송철화씨가 해낸 등반루트는 촉스톤(위에서 아래로 내려온 바위)으로 초입자세가 매우 까다로운데 추락할 경우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는 루트였기에 존경심이 날 정도였다. 루트를 끝내고 하강하는 웃는 모습이 무척이나 해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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