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10월 18일 동면 노천리 화방 마을 가래골에서는 일제시대 일본 관군과 맞서 전투 중 장렬하게 산화한 한갑복 의병대장과 22인의 의병들을 추모하는 추모비를 동면 성수리에 건립하고 기념식을 가졌다.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런 일이고 구천을 떠돌던 애국영령들이 이제 편안하게 영면할 수 있게 되었다.
   한갑복 의병대장과 22인의 의병들이 전사한지 100여년 만에 영혼을 달래는 추모비가 마련된 것이다. 홍천군에서 군비 3천여만  원이 투입되었고 홍천문화원에서도 5백여만 원을 지원했다고 하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애국열사들에 대한 추모사업은 당연히 관에서 주도하는 사업이 되어야 마땅하다.
   추모비가 건립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분들이 있다. 4년 전 필자는 동면의 한 어르신으로부터 한갑복 의병대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있으며 개인의 사재를 털어서라도 추모비를 세워야 겠다는 의지의 집념을 확인한 바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주 그 결실의 꽃을 피웠다. 90이 훨씬 넘은 동면 속초리의 원세동 어르신이다. 가래골 인근에 사는 노천2리 화방마을 이동욱씨 등 주민들의 발굴 노력도 추모비가 건립되는데 한 몫 했다.
   외세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 역사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겨레의 등불로 산화하신 분들에 대해 국가가 아닌 개인이나 단체에서 주관이 되어 추모사업을 전개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도 납득되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의당 국가가 나서서 이분들의 나라사랑에 대해 널리 알리고 넋을 기리며 추모하는 사업을 전개해야 마땅하다. 국가에는 정부가 있고 전담부서인 보훈처가 있으며 지역의 문화원이 존재하는 이유다.
   옛부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을 부모를 위한 효도보다 더 가치 있게 보았다. ‘효충’이라하지 아니하고 ‘충효’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주 우리는 또 한번 깜짝 놀랄 사건이 있었다. 6.25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유족에게 시효가 지났다며 국가보훈처에서 5천 원을 지급했다는 황당한 보도가 있었다. OECD 가입국으로 선진일류 국가를 지향하는 나라의 모습이 아닌 어처구니없는 황당무계한 일이었다. 아프리카의 미개한 나라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처사다.
   오늘날 우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들이 아니다.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가 계시고 그 부모의 부모님들인 조상님들이 있었고 그분들이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며 나라를 지켜왔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세계의 수많은 민족 중 우리나라처럼 외세의 침략을 자주 받은 나라도 드물다. 하지만 끝끝내 우리는 나라를 지켜왔고 오늘의 부강한 대한민국을 건설해 냈다. 애국열사인 선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홍천은 나라사랑 애국애족 선열들의 애국혼이 녹아 있는 자랑스런 무궁화의 고장이다. 이런 자랑스런 고장에 그동안 잊혀졌던 한갑복 의병대장과 22인의 전사한 의병들을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졌다는 것은 후대들에게 또 다른 의미로 내 나라, 내 민족, 내 고장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해 주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금번 추모비 건립은 우리 고장 홍천을 애국의 고장으로 거듭나게 만드는데 있어 확고한 사업이 될 것이다.
   추모비를 세운 것으로 끝나지 않고 열사들의 영혼이 머무는 자리를 마련한 곳을 배경으로 그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이어 받는 후손들의 노력이 이어져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예컨대 추모사업의 일환으로 한갑복 의병대장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나라사랑 글짓기대회, 그림그리기 대회 등의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길 기대한다. 홍천문화원이나 홍천관내 각급 학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요즘 청소년들의 국가관은 매우 취약하다. 나를 중심으로 한 철저한 이기주의가 만연되어 있다. 변화하는 세상의 세태려니 하고 방치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된다. 이럴수록 어른들이 관심을 갖고 나라사랑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바른 가치관을 지니도록 챙겨주어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으며 지리적 여건이 세계열강들의 복잡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역학구조 관계 속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영욱 홍천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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