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환경을 파괴하는 폐수 방류나, 폭발위험이 있는 불량 냉매가스 유통과 유류 가격 담합으로 인한 불공정거래같이 공익을 침해한 행위를 안심하고 신고할 길은 없을까.
   또 기업체 간부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감염된 혈액이나 공업용 윤활제를 넣은 가짜 참기름을 불법 유통하는 정황을 목격한 부하 직원이 이를 세상에 고발했다면 그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을까.
   이달부터 이같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후환 없이 신고할 수 있게 됐다. 강력한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공익침해 신고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상금도 주고 직장의 신분과 비밀의 보장은 물론 신변보호까지 해주는 제도가 생긴 것이다. 즉 국민의 건강 안전 환경 소비자 이익 공정경쟁 등 공익침해행위를 신고한 자를 보호·지원해 국민 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풍토를 확립하기 위해 제정됐다. 사정 당국의 일방적인 단속과 적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 민간 기업 등 다자간 네트워크를 활용한 협력형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폐수 방류, 유해물질 첨가 등의 공익침해행위들이 은밀하고 교묘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용기 있게 신고한 의로운 이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법적 보호제도가 필요하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커져 왔다. 그동안 민간 분야 공익신고자는 뇌물수수 등 공공부문의 부패를 신고한 사람과 달리 강제규정이 미비해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라도 법적 장치가 마련됐으니 다행이다.
   미국 미시간주에서는 1978년 발암물질 약품 유통으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난 후 3년 만에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제정했으며 영국 일본 아일랜드 호주 등지에서도 ‘부정행위신고자보호법’을 시행 중이다.
   존슨앤존슨 같은 다국적기업은 종업원이 회사의 비윤리적 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헬프라인(Help Line)’을 운영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신고자는 공익침해행위를 한 해당기업(기관)에 신고해도 되고 행정기관 감독기관 수사기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도 가능하다. 공익 신고대상은 정부 지자체 공기업 일반기업 등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다 포함된다.
   공공기관의 경우 직권 남용으로 뇌물을 수수하거나 공공재산을 낭비했다면 부패행위 신고대상으로 부패방지 관련법에 따라 처벌되고, 유해물질을 폐기했다면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처벌 대상이다.
   부패예방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김영란)에서는 ‘부패·공익침해 신고센터’를 지난달 말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10월8일 현재 50여 건이 접수됐다. 신고자에게는 국가나 지자체 등에 수입증대를 가져온 액수에 비례해 최고 10억 원까지 보상금이 지급된다. 혹시라도 음해성 투서나 악의적 고발자 양산을 막기 위해 실명(實名)으로 신고토록 했으며 앞서 언급했듯이 신고자에 대한 보호조항도 확실하게 제정됐다.
   불이익을 당하고 국민권익위원회에 보호 조치 신청을 하면 생명과 신체의 위험에 대한 보호와 각종 불이익에 대한 원상회복을 조치한다. 이를 위반하거나 불응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유해한 식품과 의약품의 제조·유통, 폐기물의 무단매립 및 방류 등 공익침해가 줄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제도 시행 자체만으로도 자율적인 예방과 관리의 측면에서 큰 상징성을 띈다 하겠다. 이 법이 우리 사회의 공익침해 근절에 크게 기여하길 바란다.
김덕만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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