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롭고 넉넉한 추석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삶의 터전에서 흩어져 생활하던 가족들이 고향을 찾아 모여들고 조상님들께 성묘를 하며 모처럼 끈끈한 가족애를 느꼈을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역귀성 현상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교통 대란을 피해 궁여지책으로 고향의 어르신들이 도회지에 있는 자식의 집을 찾아 명절을 보내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어쨌든 방법은 다르나 가족이 만나는 것은 같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추석 명절을 맞았음에도 고향과 부모 형제를 찾지 못하는 이웃이 있다. 다문화 가정으로 불리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다. 추석은 어느 민족 누구에게나 같은 의미를 지닌다. 부모형제가 그립고, 조상님들에 대한 고마움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을 결혼 이민자들에게 한국에서 맞이하는 추석은 서글픈 명절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대한민국에 시집와 행복감을 느끼며 누구보다 넉넉하고 풍요로운 추석명절을 맞이한 사람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물도 귀소 본능을 가지고 있다. 미물인 연어도 대양을 돌아다니며 성장한 후에 알을 낳기 위해 모천을 찾는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 초나라의 항우도 ‘사람이 입신출세해서 고향을 찾지 않는 것은 비단 옷을 입고 밤길을 거니는 것과 같다’고 했다.
추석연휴를 우리나라에서 보낸 결혼 이민자들에게 고향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국가적, 사회적으로 복지문제가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힘들고 어렵게 생활하는 어르신 및 장애우들에 대한 복지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으로 결혼 이주한 여성들의 모국 방문에 대한 지원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야 말로 다문화 시대에 꼭 필요한 복지 정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결혼 이주 여성들은 대부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부모형제를 떠나 언어, 문화, 종교가 낯선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영달보다도 어려운 가족을 돕기 위해 낯선 한국으로 시집을 오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넉넉하다면 한국으로 시집올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결혼 이주 여성들의 부모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모두 심청이 이상의 효녀들인 셈이다.
   추석을 맞아 부모형제와 고향을 찾지 못하는 결혼 이주 여성들은 물론 이들의 모국에서 사랑하는 딸을 이국 땅 한국으로 시집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부모님들이 겪는 슬픔과 고통은 우리가 헤아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웃인 이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보듬고 이해해 주며 사랑해 줄 때 결혼 이주 여성들은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으며 멀리 고향의 부모 형제들도 마음 편히 생활하며 이제는 효녀 딸의 나라 대한민국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가질 것이다.
   전쟁 난민을 돕는 일, 지진이나 자연재해로 폐허가 된 지역의 사람들을 돕는 일, 북한의 불쌍한 동포들을 돕는 일, 아프리카나 남미 또는 동남아시아의 불우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따뜻한 인류애도 소중한 가치겠지만 외국에서 결혼해 한국으로 이주하여 2세들을 낳고 양육하며 한국인으로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바로 옆 우리의 이웃을 돕는 일이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임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에서 결혼 이주 여성들과 가정을 꾸리고 사는 남성들은 대부분 농촌지역에 살고 있으며 또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국가에서 또는 지자체에서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민족성은 가슴이 따뜻하고 인정이 많은 민족이다. 이웃의 어려움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정’의 민족이다. 그렇다면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의 추석 명절 휴가는 끝났다. 이제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추석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대한민국에 시집오기를 잘 했다는 행복감을 느끼며 완전한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들은 이제 어엿하고 당당한 한국인이며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자녀들의 어머니다. 결혼 이주 여성들의 행복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며 행복이다.
이영욱 홍천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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