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한국 사회의 문제는 가부장적인 집단주의에서 파생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집단은 가정입니다. 왜냐하면 가정은 모든 사회의 기초이기 때문입니다.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도 붕괴됩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해 있는 위기는 어쩌면 가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유교적 전통인 충. 효. 예가 약화되고 있으며,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자녀를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는데 소홀합니다.
   모든 것의 기본단위라고 할 수 있는 결혼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높은 이혼율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이혼의 직접적 사유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성격차이, 가족간 불화, 경제문제, 배우자의 부정, 정신적 육체적 폭력 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혼율이 급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가부장적 위계질서를 고집하는 남편들과 평등한 관계를 소원하는 아내들 사이의 ‘가치관의 차이’에 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근대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권위의 축이 일방적 내지는 수직적인 권위에서 상호적인 권위로 이양된데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교의 수직윤리의 영향으로 가정 학교 사회 교회 등 모든 영역에서 가부장적이고 남성 우월적인 가치관이 1970년대 이후 수평윤리와 남녀평등 사상으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남자는 바깥에서 일을 하고 여자는 집안에서 살림을 한다는 가치관을 고집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텔레비전 보도에 의하면 직업이 전업주부인 남편이 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2010년 통계에 따르면 15만 6천 명이 집에서 아이를 보거나 살림을 한다고 합니다. 이는 지난 5년 사이 34.5%가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면, 우리 사회구조와 제도, 법이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며, 우리 사회의 성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성의 의식은 이 시대적 흐름에 쉽고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데 비해 남성은 아직도 가부장적 성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기득권층이라 할 수 있는 남편쪽에서 시대의 변화에 더디게 적응하면서 남편과 아내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순종적이지 않고,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이 세다고 불평합니다. 반대로 아내쪽에서는 남편이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시댁에 잘할 것을 강요한다고 불평합니다.
   이제 우리 앞에는 세 가지 선택이 있을 뿐입니다.
   첫째, 전통적 역할 규정에 집착할 것이냐? 맞벌이 부부의 경우 남편이 가부장적 역할을 고집하는 가운데 새로운 요구에 적응하지 못하면 아내는 노동과 자녀양육, 가사노동, 스트레스 등으로 탈진할 수 있습니다. 수직적 역할 규정에서 수평적이고 유연한 역할 재구성이 요청되는 대목입니다.
   둘째, 배우자를 바꿀 것이냐? 이혼을 선택함으로써 문제관계 자체를 포기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만족할 만한 선택이 되지 못합니다.
   셋째, 기존의 관계 속에 창조적으로 새로운 활동을 추가할 것이냐? 사랑하는 법을 새롭게 배우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며 깊은 차원에서 반응하는 것, 신체적 정서적 필요와 욕구를 채워주는 것, 여가생활을 풍부하게 하는 것, 자녀양육과 가사에 협력하는 것 등입니다. 즉 가족간의 위계설정을 최소화하고 부부는 서로 인격적으로 존중, 배려, 협력하며 서로의 역할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에 성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행복한 가정의 기초는 특정한 규정이나 제도가 아니라 역할과 관계의 질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족의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간의 관계의 성격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서적 지적 오락적 성적 친밀감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친밀감은 대등한 사이에서만 가능합니다. 서로의 생각과 감정과 소원과 바람을 존중해주는 대화기술이 없다면 친밀한 부부관계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배명동 (사)너브내가족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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