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왔던 지루한 장마가 걷히고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는 기상청의 발표가 있었다. 이제 곧 여름휴가를 이용해 수많은 피서 인파가 강과 계곡, 바다를 찾아 나설 것이다. 그러나 즐거워야 할 피서가 매년 이맘때마다 부주의나 음주로 인한 만용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다. 작년에 물놀이 위험지역 점검을 위해 다니다가 만난 군청에서 고용한 연세 지긋하신 물놀이안전관리요원의 한탄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그분 말씀인즉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30대 후반 쯤 돼 보이는 남자에게 깊으니 더 들어가지 말 것을 안내했더니 내 목숨 내가 책임지지 당신이 책임져? 라고 말하는 험악한 기세에 짓눌려 더 이상 제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도 있다. 비가 많이 내려 강물이 흙탕물로 변해 불어나고 있고 상류 쪽에서 내려오는 물의 양 또한 많아 얼마 안가서 사람들이 고립될 위기에 처해 있어 물 밖으로 나와 줄 것을 채근해도 안 나오다가 갑자기 불어난 물로 강 한가운데 조그만 섬에 고립되자 그제야 빨리 보트를 보내라 소방 헬기를 보내라 다그치다가 왜 이렇게 빨리 안 오냐 소방관은 뭐하는 놈들이냐며 아우성을 쳐 오히려 현장의 안내 소방관들을 몰아세운다. 만약 그곳에서 사람들이 사망하게 되면 분명 유가족 측은 안전관리 소홀을 이유로 내세워 내수면을 관할하는 군청이나 소방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태가 생길 것이다.
   또 이런 말들을 한다. 위험하면 들어가지 말았어야지 왜 자꾸 들어가 죽는 거야? 급류에 실종된 사람 구조하러 들어갔다가 소방관이 사망하면 나오는 말이다. 지난 6월 강원도에도 급류에 휩쓸렸을거라는 3살 여자 어린이를 수색하다가 뜻하지 않게 구조대원이 도리어 급류에 휘말려 순직한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런 불행한 일들이 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일까?  나는 두 가지의 문제로 분석해 본다. 한 가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적인 면에서 기인한다고 보는데 어떤 사고 현장이든 간에 사고자의 가족이나 친지 등이 현장에 출동한 소방공무원을 슈퍼맨으로 생각하고 이성을 잃은 채 무조건 찾아내거나 구조해내라고 윽박지르며 몰아세우는 분위기와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분들의 애틋함을 모른체 할 수 없어 현장의 위험한 상황이나 구조 활동상의 어려움을 호소할 겨를도 없이 구조대원은 내 자신이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제도적인 측면인데 현행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에는 수난사고 유형별로 일반적인 표준대응절차만 마련되어 있을 뿐 탁한 급류에서의 세부적인 구조 활동 매뉴얼이 없기 때문에 흙탕물의 급류가 형성된 위험한 구조 현장에서의 현장책임 소방관이 수색이나 구조를 포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고의 방지를 위해 위험한 구조 활동을 거부할 수 있도록 기존의 매뉴얼들을 시급히 보완해야 하겠다. 아울러 사고나 위험에 대응하는 국민의 정서도 바람직하게 변화시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일간지 논설에서 일본 방사능 사태와 관련하여 주변 국가의 대처 방식에 대해 밝힌 부분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오늘도 비상근무를 한다. 잠시 극미량의 세슘ㆍ요오드가 검출된 이후 메아리 태풍 때도 문제가 없었고 이미 오래전부터는 미국, 중국, 러시아 기상청은 평상 근무를 하는데 한국만 전시체제라 하면서 비상해제 시한이 언제인가?의 물음에 “우리 사회가 방사능 괴담을 잊을 때까지” 라는 대답이었다고 한다』 물론 대비에 만전을 기한다는 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대처방법이 비이성적일 때 국민이나 정부 모두 피로감에 젖어 힘들어 질 것이다.
   모쪼록 실종된 아이가 생존해서 가족 품에 돌아오고 우리 곁을 떠난 고 이창호 동료의 영면을 기원하면서 조속한 구조 활동기준의 세부적 보완과 더불어 모든 사람이 깊은 곳에 안 들어가기, 술 마신 후 물에 안 들어가기, 아이들에게 안전자켓 입혀주기, 누가 강을 빨리 헤엄쳐 건너나 내기 안하기 등 물놀이 규칙을 잘 지키고 안전요원이나 관계공무원의 안내에 잘 따라주는 성숙함으로 지치기 쉽고 뜨거운 올 여름을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김진봉 홍천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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